[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현재 K리그 클래식의 승점 산정 방식을 보면, 이기는 팀은 3점을 가져가고 무승부는 1점을 챙기며 패한 팀은 0점이다. 3경기를 모두 비긴 팀과 3경기에서 1승2패를 거둔 팀이 챙기는 승점은 같다. 정규리그에서 상위권으로 진입하는 가장 빠른 길이자 유일한 길은 승리를 많이 거두는 것이다.
알고는 있으나 실제로 발을 내딛기는 어려운 길이다. 스플릿 시스템과 승강제의 도입으로 패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두려운 시즌임을 감안한다면, 과감하게 승점 3점을 노리는 사냥보다는 패하지 않기 위한 소기의 1점에 방점을 찍는 운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약팀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1골을 넣어도 2골을 먹으면 지는 것이 축구다. 넣지 못하면 승리가 요원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공격에만 신경 쓸 수가 없다.
3경기 모두 비긴 팀과 1승2패를 한 팀이 가져가는 승점은 같다. 결국 이겨야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구조다. 어려운 길이지만 그 길을 가야 정상에 닿을 수 있음을 전북이 보여주고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
결국 넣는 자에게는 버틸 장사가 없다.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클럽이 바로 ‘닥공’ 전북이다. 전북은 24경기에서 47골을 터뜨렸다. 리그 최다득점이다. 경기당 2골에 근접하다. 시즌 초반 어려운 행보를 걸었던 전북이 어느덧 정규리그 2위까지 비상한 배경에 바로 ‘넣는 힘’이 있다.
전북의 변신은 최강희 감독의 복귀와 맞물린다. 최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으면서 불가피하게 파비오 감독대행 체재로 시작했던 전북의 시즌 초반과 그 이후는 확연히 그래프가 갈린다.
파비오 감독대행의 마지막 경기였던 6월26일 수원 원정(4-5 패)까지 14경기에서 전북은 6승3무5패를 거뒀다. 일반적인 팀의 성적이라면 무난 혹은 준수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실제로 상위리그 커트라인인 7위 안쪽에서 놀았던 전북이다. 하지만 어느새 '3위를 해도 욕을 먹는' 전북이고 지난 시즌 이흥실 감독대행이 어수선한 와중 2위로 이끌었으나 결국 팀을 떠나야했다. 여러 이유가 섞여 있으나 우승을 했다면 하차는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눈높이가 높아진 전북이기에 이긴 만큼 지면서 근근이 버티던 행보가 팬들 눈에 만족스러울 리 없었다. 그랬던 전북이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의 복귀와 함께 달라졌다.
최 감독의 복귀전이었던 6월30일 경남전(4-0) 승리 이후 전북은 지난 24일 제주 원정에서의 3-0 승리까지 10경기에서 7승2무1패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가장 큰 원동력은 ‘닥공 DNA’가 깨어났다는 것이다. ‘닥공’의 창시자이자 완성자인 봉동이장이 돌아온 전북은 10경기에서 22골을 터뜨렸다. 내준 실점은 8실점에 그친다. 그 이전 14경기에서의 25골24실점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골을 많이 넣으니까 승리가 늘었고 골이 터지니까 실점이 줄었다.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명제도 실천하고 있다. 약팀들이 지키는데 주력하다 넣는 것보다 많이 골을 허용해 패하는 악순환과는 반대되는 선순환 구조다. 경기당 2골을 넣으면서 실점은 0점대라면 이기는 것이 당연하다. 전북이 비상한 이유다.
최강희 감독은 복귀 후 내내 ‘닥공’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지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이 생존을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상위리그로 갈린 뒤 강팀들과의 경기에서는 이기기가 더 어려워진다. 상하위리그 분리 이전에 가능한 많은 승리를 챙겨야한다”는 일성으로 팀을 이끌어왔다. 그리 풍족하지 못했던 승점을 유지관리 하기 위해 조심스러운 행보를 택했다면 지금 2위는 어려웠을 공산이 크다.
넣고 이기는 길이 궁극적으로 가야하는 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클럽이 FC서울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 서울은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 속에 12위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현재 그들의 위치는 4위다. 최근 7연승이 컸다. 17라운드부터 23라운드까지 연속해서 이길 때 서울은 15골을 넣었고 6점만 내줬다. 역시 경기당 2골을 넣으며 1골에 못 미치는 실점률이다. 최용수 감독과 FC서울의 모토 역시 ‘닥공’과 유사한 ‘무공해(무조건
그런 전북과 서울이 28일 격돌한다. 최상위권 진입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 승부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다. 지난 시즌 1위(서울)와 2위(전북)의 자존심 대결이자 결국 올 시즌 우승을 놓고 다툴 팀 간의 빅뱅이다. 두 팀 모두 피할 생각은 없다. 어렵지만 가야하는 길을 알고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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