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내 능력은 1~3선발로는 부족하다. 그만한 몸 상태가 안된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5이닝 투수로 그치고 싶지는 않다.”
프로야구 SK와이번스의 우완투수 윤희상의 요즘 고민들이다. 윤희상은 지난해 SK의 실질적인 에이스였다.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10승9패 평균자책점 3.39를 기록했다.
올해는 부상으로 몇 경기를 결장하며 19경기서 6승5패 평균자책점 4.22의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를 떠올리면 기대치에는 못미치는 성적. 하지만 후반기 3승1패 평균자책점 2.64의 완연한 상승세다.
후반기 좋은 투구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는 많다. 지난해가 첫 풀타임 선발 1년차였다면, 올해는 진화를 위한 고민을 해야 하는 2년차 시즌이다. 무엇보다 선발 투수로 살아남기 위한 방법에 대한 생각들이 많아졌다.
▲ “아내는 아직 여자친구 같아”
최근에는 8년간 교제해왔던 여자친구와 혼인신고를 했다. 이제는 엄연한 부인을 둔 가장이 됐다. 윤희상은 28일 문학 한화전을 앞두고 결혼계획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지난 7월 19일에 혼인신고를 했다”며 깜짝 결혼 사실을 알렸다.
결혼식은 시즌이 끝난 12월 14일로 잡았다. 윤희상은 “집을 마련해서 같이 살고 있는데 아직도 여자친구 같다”면서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공교롭게도 혼인신고 시점 이후부터 호투를 펼치고 있지만 본인은 “아직은 가장이라는 느낌이 들거나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면서도 ‘아이가 생기면 달라진다’는 취재진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이 느끼는 호투 비결은 좋아진 몸 상태. 윤희상은 “몸이 좀 편해졌다. 팔꿈치나 전체적인 상태가 편해지니까 컨트롤도 편해진 것 같다”더니 “중간 투수들이 좋아지니까 많은 공을 던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심리적으로도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2년차 풀타임 선발 투수로의 시즌을 맞이한 윤희상은 여전히 선발투수로의 생존과 진화를 고민하고 있었다. 사진=김재현 기자 |
▲ 송승준의 꾸준함을 배우고 싶다
올해는 여러모로 깨달은 것들이 많다. 윤희상은 “9구단 체제가 되면서 선발 로테이션이 불규칙해졌다. 그러면서 오래 쉬고 나와서 몸에 힘이 넘치는데 오히려 밸런스가 잘 안잡혔던 경우도 있었다”며 “그래서 요즘 (송)승준이 형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많다. 그 형이 정말 좋은 투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유는 꾸준함이다. 윤희상은 “사실 형의 드러난 평균자책점 같은 기록을 보고는 잘 몰랐는데 내용을 보면 경기마다 거의 6~7이닝 씩을 던지고 시즌 전체로는 꾸준히 160~170이닝 이상씩을 소화하더라. 그게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됐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윤희상은 “선발 투수가 5이닝에서 6이닝만을 소화하는 것하고, 매 경기 6~7이닝을 소화하는 것은 정말 다른 것 같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 어느 정도의 이닝을 소화할지 마음가짐을 갖고 들어가는 지도 정말 선발 투수에게 중요한 일인 것 같다”고 했다.
윤희상에게는 특히 어려운 일이다. 항상 어깨 부상에 대한 심리적인 트라우마가 남아, 연투와 전력투구에 대한 부담감이 있기 때문. 윤희상은 “나는 늘 어깨 부상에 대한 신경을 쓰고 있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컨디션이 안좋아지면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을 한다. 그러면서도 긴 이닝을 소화해야하는데 그게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며 긴 이닝 소화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그런면에서 팀 동료이자 동생인 김광현은 늘 부러운 존재. 윤희상은 “(김)광현이는 아무리 컨디션이 좋지 않더라도 그날 경기서 전력 투구를 하고 나서 4일만 쉬면 몸 상태가 완전히 회복이 된다. 나는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부럽기도 하고 ‘아 이게 정말 에이스구나’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이어 윤희상은 “내가 갖고 있는 능력은 1~3선발 수준이 아니다. 내 몸 상태를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다. 지난해 가진 능력에 비해서 많이 주목을 받았지만 거기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며 “사실 나는 솔직하게 지금은 성적이나 어떤 책임감보다는 건강하게 내 투구를 하자는 생각에만 집중하는 편인데 주위에서 기대치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면 나도 모르게 그것에 의식이 되고 내 투구에 대해 답답한 마음이 든다. 한번씩은 혼자서 투구 비디오나 방송 하일라이트를 보며 ‘좀 세게 던져라’고 화를 낼 때도 있다. 그렇지만 아직은 부상에 대한 의식을 몸이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 완성형 선발 투수에 대한 열망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완성형 선발 투수가 되고 싶다는 열망은 늘 있다. 윤희상은 “요즘은 7회 정도 되면 불펜들이 등판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7회에도 내보낼 수 있는 투수가 되려면 그만한 실력을 갖춰야하고, 그만한 믿음을 줄 수 있는 볼을 던져야 할 것 같다”며 “감독님께 7~8이닝을 던질 수 있는 투수라는 대우를 받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주니 참 쉽지 않더라. 그런데 이제 5이닝 투수가 되고 싶지는 않다”며 현재의 고민도 내비쳤다.
2006년 어깨 수술 이후 꼬박 재활에 매달렸던 4~5년간은 암흑의 터널이었다. 윤희상은 “나는 정말 야구를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스타일인데 다시는 그때 재활 시기로 그렇게 돌아가고 싶지 않다. 예전에 2009년 정도에는 한 번 전력으로 던지면 10일이 넘도록 몸 상태가 완벽하게 회복이 되지 않곤 했었다”며 지난날의 심적인 고통을 털어놓기도 했다.
몸 상태는 매년 좋아지고 있다. 생존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윤희상은 “주위 조언을 많이 듣는 편이다. 성준 코치님이 ‘선발 투수가 매년 좋을 수는 없다. 1년에 3~5번은 컨디션이 안좋고, 25번은 평균이고, 또 3~5번은 매우 좋다고 생각해라. 선발 투수는 늘 100퍼센트로 던져야 하는 것이 아니다. 안 좋을 때는 또 그만큼 완급조절도 하고 배분도 할 줄 알아야 선발투수로 생존할 수 있다’는 조언을 해주셨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언을 새겨 완급조절의 묘를 깨달아가고 있다. 윤희상은 “지난해 6월까지는 전력으로 투구를 많이 했었다. 그러다 6월 넥센과의 경기서 오늘은 전력으로 공을 던지지 말고 80%정도로 모두 던져보자는 생각을 해서 맞춰잡으며 완급 조절을 해봤다. 그랬더니 결과도 좋았다. 이후부터는 조금 달라진 것 같다”며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된 계기를 전했다.
그렇지만 강속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구속을 줄여 완급조절을 하는 투수로 방향을 잡은 것은 아니다. 윤희상은 “스피드를 줄이는 것이 내 방향은 아니다. 수술 이후 몸이 매년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지금도 전력으로 던지면 148km 정도를 던질 수 있는 감은 있다. 매 경기 포스트시즌처럼 전력으로 던질 수 있다면 물론 좋겠지만 그럴 수 없기에 고민하는 것”이라며 “부상에 대한 심리적인 스트레스와 공포를 털어내야 하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지금은 야구장에
윤희상은 “많이 배우고 있다”는 말과 “답답하다”는 말을 인터뷰 중 수차례 언급했다. 성장에 대한 고민. 선발 투수로의 생존. 2년차 풀타임 선발 시즌을 맞은 윤희상은 ‘만족’보다는 ‘변화’에 온통 관심이 쏠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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