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는 LG 트윈스가 흔들린다. 정규시즌 우승 가능성은 사라졌고, 자력으로 2위 수성도 불가능해졌다. LG의 지금 분위기는 어떨까.
LG는 3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을 포함해 3경기를 남겨뒀다. 남은 경기 전승을 하고 4경기를 남겨둔 넥센 히어로즈가 3승1패를 해야 2위를 지킬 수 있다. 이날 한화전은 순위 결정에 있어서 중요한 한 판이다. 특히 지난달 25일 대전 한화 원정경기에서 완패해 2위 수성이 꼬였던 이후 다시 만났다. 또 LG는 전날(1일) 부산 원정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연장 10회말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 분위기가 침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열릴 2013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 앞서 김기태 LG 감독이 문선재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웃고 있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이날 경기를 앞두고 더그아웃에 들어온 LG 캡틴 이병규(9번)가 먼저 뼈 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이병규는 “우린 이미 4강을 확정지은 팀이다. 지금까지 충분히 잘했다. 왜 잘하고 있는 팀한테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선수들 사기가 그런 것들에 자꾸 꺾인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진영도 맞장구를 치며 옆에서 거들었다.
1군에서 선수들을 돕고 있는 최고참 최동수도 팀 분위기에 대해 크게 게의치 않았다. 최동수는 “어차피 4강이 확정됐기 때문에 괜찮다”면서 “2위와 3위는 차이가 크다. 2위가 불안해졌기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넘겼다.
한화 시절 포스트시즌 경험이 있는 유원상은 한 술 더 떴다. 유원상은 “벌써부터 포스트시즌이 기대된다. 재밌을 것 같다”며 “예전에 두산전 첫 경기를 했는데 하얀 막대 때문에 앞이 하얗게 변했던 기억이 있다. 하다보니 적응이 되더라. 이번에도 재밌게 할 거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유원상은 “코치님들도 그렇고 병규 형도 선수들한테 얘기를 많이 해줬다. 우리가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워서 그런 것일 뿐이다. 4강을 목표로 이미 이뤘기 때문에 편하게 즐기면서 하자라고 하셨다. 즐기려고 한다”고 했다. LG의 올 시즌 모토는 ‘즐기는 야구’였다.
김기태 LG 감독도 전날 부산 원정길에서 돌아온 오후 2시30분에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연장 패배 이후 심신이 지쳐있을 때였다. 김 감독의 제안은 기념 사진 촬영이었다. 모두 사복으로 갈아입은 뒤였기 때문에 사진도 멋지게 나왔다.
김 감독은 “그렇게 많이 다녀도 일만 했던 것 같더라. 사복 사진 한 장을 찍은 적이 없었다. 예전에 나도 일본에 코치로 갔을 때 찍은 사진이 없어서 아쉬웠다”며 “원정 마지막 경기였기 때문에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로 사진을 찍자고 했다. 나중에 이 사진을 보면 흐뭇한
가장 힘든 시기에 팀워크를 다시 강조한 김 감독의 따뜻한 형님 리더십의 발동이었다. 포수 윤요섭은 “감독님이 사진을 찍자고 해서 다 같이 찍었다. 선수들도 정말 재밌게 찍었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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