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지난 12일 브라질과의 평가전을 통해 기성용이 건재함을 과시하면서 다시 ‘기성용 파트너 찾기’가 대표팀의 화두로 떠올랐다. 현 시점에서 기성용이라는 플레이어의 영향력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이는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월드컵 본선에서도 유효할 전망이다.
따라서 기성용이라는 훌륭한 조타수가 마음껏 홍명보호를 운전할 수 있게끔 도와줄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것은 중요한 작업이다. 홍명보 감독이 강조하는 “현재 자원들로 최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조합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전체적인 고민 속에서 ‘기성용 파트너’는 특히 중요한 고민이 될 전망이다.
브라질전을 통해 한국영(사진)이 급부상했다. 기존의 흐름을 바꾼 한국영의 반격으로 인해 박종우와 이명주는 반격이 필요해졌다. 사진= MK스포츠 DB |
브라질전에서 기성용과 호흡을 맞춘 한국영은 거의 ‘맨 오브 더 매치’급 호평을 받으면서 기존 판도를 뒤집는 ‘반격의 미드필더’가 됐다. 홍명보 감독은 한국영 선발과 관련해 “이명주와 박종우가 K리그 일정 때문에 늦게 합류했기에 아무래도 (기성용과)호흡을 맞출 시간에서 한국영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가벼운 이유를 들었으나,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이 됐다.
브라질이라는 화려하고도 강한 상대를 맞아 한국영은 수비형 미드필더의 임무를 충실하게 소화했으며 수비형 미드필더가 보여줄 수 있는 미덕을 충분히 발휘했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투지 넘치는 근성, 두려움 없이 과감했던 맨마킹 등 필요한 플레이를 멋지게 펼쳐보였다. 덕분에 오랜만에 A매치에 나선 기성용은 부담을 덜고 자신이 맡은 역할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한국영이라는 소금의 공이 컸다.
실상 한국영은 런던올림픽 동메달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을 선수다. 하필 본선 직전에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자신도 팀에게도 크나큰 손실을 안겼다. 홍명보 감독에게는 이미 능력을 인정받은 선수라는 뜻이다. 브라질전을 통해 확실히 존재감을 보인 한국영은 지금껏 홍명보호 1~3기에서의 나타난 중앙MF 경쟁의 흐름도 바꾸었다. 한국영이 반격에 성공하면서 박종우와 이명주는 반격이 필요해졌다.
박종우는 이미 기성용과의 호흡이 검증된 자원이다. 런던올림픽에서 기성용과 함께 중원을 헤집으면서 동메달 획득에 큰 공을 세웠다. 독도 세리머니와 맞물렸던 투지 넘치는 플레이는 과거 김남일을 떠올리며 ‘신형 진공청소기’라는 수식어를 붙여줬다.
런던에서의 센세이션을 생각하면 현재의 파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지금껏 홍명보호 1~3기에서 하대성과 이명주가 차곡차곡 점수를 쌓은 것과 달리 박종우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이 박종우를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자원을 실험하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될 수 있으나, 어쨌든 박종우는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큰 무대를 함께 누볐던 기성용의 복귀와 함께 반격의 박종우를 꿈꿔야한다.
‘주춤’한 것은 이명주도 마찬가지다. K리그에서 가장 ‘핫’한 플레이어에서 ‘대표팀에서도 통하는 자원’으로 승격하기까지는 쾌속질주였다. 아시아 국가들과 상대했던 7월, 페루와 만났던 8월 평가전을 통해 이명주의 가능성은 경쟁력이 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 9월 아이티와의 평가전에서 “승리는 했으나 내용은 가장 좋지 않았다. 특히 허리라인의 운영이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홍명보 감독의 평가와 함께 크로아티아전에서는 배제됐다.
이명주도 반격이 필요하다. 가뜩이나 기성용과는 한 번도 호흡을 맞춘 적이 없다는 점에서 말리전은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홍명보 감독이 “브라질전과 큰 차이 없이 말리전을 준비하겠다”고 했으나 “보다 공격적인 면에 신경을 써서 반드시 승리를 거두겠다”는 출사표를 생각했을 땐 공격적인 움직임이 한국영이나 박종우보다 나은 이명주의 출전도 예상할 수 있다.
‘기성용 짝’을 둘러싼 흥미로운 싸움이 예고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한국영도 이명주도 박종우도 모두 경쟁력이 있다. 반대로 보장할 수도 없다. 이번 명단에서 제외된 하대성과 수비형MF로의 전환이 가능한 구자철의 존재까지 감안한다면 더 치열한 그림이다. 홍명보 감독의 행복하고 골치 아픈 고민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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