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시즌이 종반부로 향해가면서 순위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울산이 지난 20일 원정에서 서울을 2-0으로 제압하면서 선두(승점 58)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2위 그룹(포항-전북 이상 56점)과는 근소한 차이이고 서울(51점)과 수원(50점)까지는 산술적인 뒤집기 가능성이 있다.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이쯤 되면 전체 순위 못지않게 개인상 부문도 관심이 향하게 마련이다. 개인상의 백미는 역시 득점왕 타이틀이다.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는 분위기다. 페드로와 김신욱 그리고 케빈의 삼파전이 될 공산이 크다. 누가 득점왕에 오르던 커리어 최초의 일이다.
올 시즌 득점왕은 페드로와 김신욱 그리고 케빈의 삼파전이 될 공산이 크다. 현재 1위는 페드로지만 최종 승자는 김신욱이나 케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 MK스포츠 DB |
2위는 울산의 ‘진격의 거인’ 김신욱이다. 리그 선두로 뛰어오른 울산 철퇴 축구의 핵심인 김신욱은 16골로 페드로를 1골차로 바짝 따라붙었다. 김신욱이 골을 넣은 경기에서 울산은 9승2무2패라는 빼어난 결과물을 냈다. 소위 ‘승리를 부르는 파랑새’라 부를 수 있는 순도 높은 득점이 많다. 3위는 전북의 ‘와플 폭격기’ 케빈이다. 대전에서 뛰다가 올 시즌 전북으로 이적한 케빈은 시즌 초반의 부진을 딛고 갈수록 탄력을 받고 있다. 어느새 14골을 기록하고 있는 케빈은 충분히 멀티골 능력을 갖춘 골잡이라 2~3골 뒤지고 있는 지금의 격차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페드로와 김신욱 그리고 케빈 중에서 올 시즌 최고의 골잡이가 결정될 확률이 높다. 13골로 4위를 달리고 있는 김동섭(성남) 역시 숫자상으로는 뒤집기 가능성이 있으나 냉정하게 말해 폭발력에서는 다소 떨어진다. 12골의 이동국(전북)은 부상으로 10월말이나 11월초에나 복귀가 가능하고 전무후무한 득점왕 3연패에 도전하고 있는 데얀(서울)은, 올 시즌은 어려워 보인다.
현재 1위는 페드로이고 줄곧 1위를 지킨 쪽도 페드로다. 하지만 앞으로는 페드로보다 김신욱과 케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뜻 보면 하위 스플릿에 위치한 제주의 페드로가 유리해 보이는 그림이다. 성적에서 자유롭고, 다소 전력이 약한 팀을 상대하니 공격수 입장에서 골을 넣기가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페드로의 득점확률은 점점 줄어들 공산이 크다.
일단 출전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 6일 성남 원정에서 만난 제주 박경훈 감독은 “남은 일정을 내년을 위해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금껏 출전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던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원정에서는, 페드로를 비롯해 주전들을 아예 대동하지 않을 계획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재계약’이라는 변수도 있다. 한 축구관계자는 “제주는 아무래도 페드로와 재계약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몸값이 걱정이다. 지금 활약만으로도 고가가 예상되는데 만약 득점왕까지 차지한다면 페드로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적어도 일부러 득점왕을 만들어주기 위한 노력은 없을 것이라는 귀띔이었다. 엎친 데 덮쳐 페드로는 최근 훈련 중 부상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지난 20일 대전과의 홈경기에서도 제외됐다.
페드로의 이런 상황과 달리 김신욱과 케빈은 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골 넣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다. 정규리그 우승을 위해 뛰고 있는 울산이나 전북 모두 김신욱과 케빈이 골을 넣어줘야 한다. 두 선수 모두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데, 그런 장점을 살려줄 수 있는 패서들이 팀에 많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찬스’를 잡을 확률이 높다.
공히 페이스도 좋다. 김신욱은 다시 국가대표팀에 부름을 받아야한다는 여론이 형성될 정도로 안팎의 ‘기’를 받고 있으며 케빈 역시 이동국의 부상이라는 팀의 악재가 개인적인 호재가 되면서 시즌 초반의 부담을 떨치고 자신의 진가를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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