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FC서울에게 오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광저우 에버그란데와의 ACL 결승 1차전은 ‘2013년 농사의 모든 것’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경기다. 다시 찾아오기 힘든 아시아 제패의 기회를 현실의 영광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1차전을 무조건 잡아야한다. 2차전이 펼쳐질 광저우의 낯선 환경과 텃세를 생각하면 무승부도 어렵다.
이란 클럽 에스테그랄과의 지난 4강전에서 잘 경험했다. 대한민국 대표팀도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차전에서 2-2 무승부를 거두고 결승행 티켓을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1차전에서 2-0으로 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FC서울은 여유가 생겼고 에스테그랄은 쫓겼다. 광저우와의 결승전에서도 필요한 공식이다.
ACL 결승전을 앞두고 데몰리션의 페이스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다. 특히 몰리나의 조바심이 우려스럽다. 몰리나의 희생이 키를 쥐고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
역시 FC서울 공격의 핵은 역시 데얀과 몰리나, 이른바 데몰리션 콤비다. 에스쿠데로와 고요한 그리고 윤일록 등 뒤를 받치는 이들의 능력도 출중하나 중요할 때 에이스들이 침묵하면 그것만큼 괴로운 것도 없다. 최근 FC서울이 어려운 행보를 보이는 것도 데몰리션이 부진한 까닭이다.
조국 몬테네그로의 월드컵 예선에 출전하느라 원거리 여행을 다녔던 데얀의 페이스는 확실히 예년만 못하다. 지난해 마의 고지로 여겨졌던 30골을 돌파하면서 31골로 득점왕 2연패에 올랐던 데얀의 올 시즌 득점은 10골에 그친다.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부치는 모양새도, 좀처럼 당하지 않던 부상으로 공백기도 있었다.
데얀이 빠졌거나, 데얀의 컨디션이 완전치 않은 상황에서 치렀던 최근 K리그 클래식 3경기에서 FC서울은 골이 없다. 지난 6일 인천 원정에서의 0-0을 시작으로 9일 수원과의 슈퍼매치에서 0-2로 패했으며 20일 울산과의 홈경기에서도 0-2로 졌다. 골이 필요한 광저우와의 결승 1차전을 앞두고 좋지 않은 흐름이다.
몰리나 역시 마찬가지다.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던 데얀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아무래도 시너지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 그 속에서 보이지 않는 문제는, 몰리나가 조바심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해결해야한다는 책임감인지, 자신이 해결하고 싶다는 욕심인지 모를 심리적 불안정과 함께 예의 몰리나답지 않은 성급한 플레이나 나오고 있다. 어쩌면 데얀보다 심각한 것은 몰리나다.
지난 에스테그랄과의 ACL 4강에서도 몰리나의 조바심은 확연히 보였다. 전체적으로 FC서울 선수들의 플레이가 좋았으나 몰리나는 경직됐다. 2-0으로 승리했던 1차전도 몰리나가 결정적인 찬스에서 실수만 하지 않았다면 3-0 혹은 4-0까지 갈 수 있었다. 원정도 마찬가지다. 몰리나가 정상적이었다면, 아자디 스타디움에서의 승리도 가능했다.
골도 잘 넣는 선수지만 몰리나가 가장 빛나는 것은 동료들을 이용하는 플레이다. 지난해 19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K리그 통산 최다도움 신기록을 세운 몰리나다. 특급 도우미의 진가가 발휘돼야 동료들도 살
아시아 전체의 시선이 향해있는 ACL 결승 무대에서 본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은 욕심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것을 얼마나 제어할 수 있느냐에 FC서울의 성패가 달렸다. 조바심을 떨친 몰리나의 희생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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