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6, 7위 예상도 했는데 이 정도면 잘했지요?”
백순길 LG 트윈스 단장이 환희와 아쉬움이 가득했던 2013시즌을 훌훌 털어냈다. 백 단장은 지난 20일 한국시리즈 시리즈 진출이 좌절된 뒤 김기태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선수단과 함께 술 한 잔을 진하게 기울였다.
백 단장은 선수들의 “죄송하다”는 말 한 마디에 부둥켜 안고 눈물을 왈칵 쏟았다. 지난 2년의 힘겨웠던 순간들이 스쳐지나갔기 때문이다. 백 단장은 시즌 개막을 앞둔 캠프 마지막 날 김 감독과 얼싸안고 눈물의 다짐을 하기도 했다. 기대 이상의 정규시즌 성적과 11년 만의 허무한 포스트시즌을 끝내며 다시 스킨십으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지난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LG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에서 LG 김기태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와 내야진을 불러모아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김 감독은 결국 한 마디 말도 없이 두 손을 모아 박수를 한 번 친 뒤 “여기까지”를 외쳤다. 그리고는 두 손을 머리 위로 모아 하트를 그렸다. 선수들도 따라서 하트로 답했다. 올 시즌을 정리한 김 감독의 마지막 한 마디였다. 조계현 수석코치는 “감독님이 한 마디도 하지 않고서 ‘여기까지’라고 한 것이 선수들에게는 열 마디 말보다 더 깊은 뜻으로 전해졌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돌아선 김 감독은 코칭스태프와 술로 밤을 지새웠다. 김 감독의 표현을 그대로 쓰자면 들이부었다. 술이 아닌 2013시즌 132경기를 기억하며 마신 것이다.
김 감독은 마지막까지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고, 또 미래를 위해 선수들을 걱정했다. 포스트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LG는 중심 타선의 부진에도 베테랑들의 교체는 없었다. 더 잘하려고 하는 의지가 너무 강해 오히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에 끝까지 믿었다.
또 젊은 선수들을 아낀 이유도 분명했다. 중요한 경기서 젊은 선수들이 투입돼 실책을 했을 경우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찾았던 자신감마저 다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그래도 문선재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파울을 만들어내
LG는 10월 말까지 휴식을 갖고 11월부터 2014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코칭스태프는 이미 마무리훈련과 스프링캠프 스케줄 구상에 들어갔다. 김 감독은 “지난 6개월 동안 선수들이 왕이었는데, 이젠 내가 왕이 될 수 있는 시간이 돌아왔다”며 “6개월 동안 또 잘 한 번 만들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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