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포스트시즌 최장시간 5시간32분의 연장 13회 혈투. 두산 베어스가 지난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원정 2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5-1로 이겼다. 1-1인 연장 13회초 삼성의 ‘끝판대장’ 오승환을 무너뜨린 오재일의 결정적 솔로포 한 방이 ‘미라클’ 두산의 2연승을 완성했다.
이날 승리는 두산의 뒷심 집중력이 빛난 경기였으나, 삼성 벤치의 실수가 더 커보인 경기였다. 마무리 투수 오승환은 올 시즌 최다 투구수인 53개의 공을 던지고 패전투수가 됐다. 4이닝 1피안타(1홈런) 8탈삼진 1실점 역투. 역대 한국시리즈 최다 6탈삼진 타이기록도 단 1개의 홈런으로 멍들었다. 오승환은 2연패의 최대 희생양이 됐다.
지난 25일 대구야구장에서 벌어진 2013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스의 한국시리즈 2차전, 1-1인 연장 13회초 1사에서 삼성 오승환이 두산 오재일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한 뒤 고개를 숙인 채 허탈해 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1차전에 이어 2차전도 벤치의 투수 운용이 2연패를 불렀다. 1차전 선발 카드로 경험이 없는 윤성환을 내세운 것은 첫 번째 실패 카드였다. 경험이 풍부한 배영수나 장원삼을 1선발로 내세웠어야 했다. 2차전도 마찬가지다. 마무리 오승환의 무리한 활용은 완벽한 실패다.
오승환의 53개 투구수는 목마른 삼성 벤치의 안타까운 현실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삼성 벤치는 1승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버렸다. 결과론을 떠나 오승환이 홈런을 맞지 않고 무승부로 갔더라도 실패한 경기다. 마무리 투수에게 롱릴리프 역할을 맡긴 것은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1-0도 아니고 1-1인 상황서 도대체 언제까지 끌고 가려고 했는지 이해를 할 수 없는 투수 운용이었다. 오승환이 무실점으로 막았다면 그 다음엔 어떻게 할 것인가. 두산은 좌투수는 없어도 좌타자는 갖고 있는 팀이다. 오승환이 롱릴리프인가. 이제 2차전일 뿐이다. 1승을 위해 오승환을 계속 끌고 간다는 것은 패착으로 갈 수밖에 없는 전략이었다.
삼성은 오승환이 50구 이상을 던질 정도로 불펜 투수가 없는 팀이 아니다. 차우찬을 빨리 내린 것은 막강 불펜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배수의 진을 친 것은 다음 경기를 생각하지 않은 듯하다. 1차전 패배 이후 2차전에 조급함이 심각하게 보였다. 오승환이 단적인 예다. 오승환을 조기 투입한 뒤 롱릴리프로 간다는 것은 벤치가 여유를 잃은 모습이었다. 벤치에서 여유로움을 보여줘야 선수들도 부담을 덜고 여유로워질 수 있다. 삼성은 모든 면에서 두산에 떨어지지 않는 전력이다. 막강한 투수진을 갖고 있으면서 활용을 하지 못했다.
삼성 타선도 응집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큰 경기에서 이런 모습이 나온다는 것은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경기 감각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겠으나 이미 한 경기를 치른 뒤였기 때문에 변명이 될 수 없다. 또 삼성은 두산 이상의 경험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충분히 살아날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 팀 전체적으로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홍상삼이 마운드에 섰을 때 여유를 갖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선구안 없이 조급함이 눈에 띄었다. 벤치와 선수들 모두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지 못했다.
반면 두산은 찬스에서 집중력과 응집력이 전력을 떠나 2연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이었다. 특히 선수들이 더블 포지션의 역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 한 명이 빠지더라도 메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수비와 타격에서 모두 삼성보다 우위에 있었다.
준플레이오프 5차전과 플레이오프 4차전을 치르고 올라왔으나 역설적으로 체력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경기 일정만 놓고 보면 페넌트레이스와 똑같다. 게다가 올 시즌은 128경기를 치렀다. 지난 시즌 133경기를 해왔던 팀으로 봤을 때는 4경기를 더 한 것뿐이다. 체력적인 부담을 갖고 있더라도 포스트시즌은 정신력 문제다. 큰 목표 앞에선 체력적 부담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두산도 아쉬운 점은 있었다. 이기는 경기를 위해선 니퍼트 이후 불펜 계투에서 핸킨스-윤명준-정재훈 순으로 내세웠다면 더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었다. 홍상삼은 한 점차 승부에서 불안감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전 삼성·LG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