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이상철 기자] 삼성은 두산을 꺾고 사상 초유의 3년 연속 정규시즌-포스트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의 거센 도전을 받았지만 우승 DNA를 지닌 삼성이 더 강했다. 타선의 폭발력, 불펜의 견고함도 있었지만 무너진 선발 가운데 유일하게 버텨준 장원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무너진 선발진 가운데 홀로 꽃을 피웠던 장원삼이었다. 2011년 이후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믿음직한 장원삼 카드였고, 역시 믿을만했다.
삼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막강 선발진을 구축했다. 배영수(14승), 장원삼, 윤성환(이상 13승), 차우찬(10승) 등 4명이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이 선발 투수의 힘으로 우승의 길을 열고자 했지만 아니었다.
강점은 약점으로 돌변했다. 죄다 무너졌다. 선발투수가 5이닝 이상을 버틴 건 2차전, 3차전, 7차전 등 3경기였다. 다른 4경기에서는 선발투수가 부진 및 부상 속에 조기 강판했다. 제 몫을 분명히 못했다.
장원삼은 한국시리즈 3차전과 7차전에 선발 등판해, 삼성의 승리를 이끌었다. 선발진 가운데 유일하게 5이닝 이상을 모두 던졌던 장원삼이다. 사진(대구)=김영구 기자 |
장원삼의 등판 시기는 삼성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2패로 궁지에 몰린 가운데 치른 3차전에 첫 등판했다. “이 경기를 내줬다면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에 그쳤을 것이다”라던 류중일 감독의 말처럼 3차전은 중요했다. 그리고 장원삼은 호투를 펼치며 가쁘게 숨을 쉬던 삼성에 호흡기를 달아줬다.
기실 더 중요했던 7차전이다. 끝장 승부였다. 총력전이긴 했지만 장원삼이 무너지면 어려움에 처할 삼성이었다. 게다가 4차전부터 윤성환, 배영수, 릭 밴덴헐크 등 선발투수들이 차례로 쓰러졌다. 선발 야구가 잘 안 되던 삼성이었다. 불길한 기운이 감돌았다.
장원삼은 7차전 초반 흔들렸다. 두산 타자들은 장원삼을 물고 늘어지며 투구수도 적지 않았다. 여기에 3회 유격수 정병곤의 실책으로 인해 실점하는 등 운도 따르지 않는 듯 했다. 그러나 장원삼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공을 던질수록 점점 제 위력을 되찾아갔다. 상대를 압도했다. 추가 실점을 하지 않으면서 스코어 1-2를 유지했다. 1점차면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었다. 타자들
박한이, 차우찬, 오승환 등 삼성의 V7를 위해 눈부신 활약을 펼친 이들이 있었다. 튀지 않았지만 묵묵히 선발투수로서 홀로 제 몫을 다한 장원삼 역시 역할이 컸다. 그가 버텼기에, 그리고 하던대로 잘 했기에 삼성은 역전 우승의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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