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매년 불었던 감독 교체 칼바람이 올해는 잠잠하다. 역대 최초로 중도교체 및 시즌 후 경질 혹은 자진사퇴 없이 지나가는 프로야구 최초의 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 설문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프로야구 감독은 ‘남자로 태어나서 꼭 해 볼만한 직업’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실상은 ‘독이 든 성배’나 마찬가지였다. ‘감독 목숨은 파리목숨’이라는 이야기가 매년 나돌 정도로 교체가 잦았다.
역대 61명의 감독들이 프로야구의 지휘봉을 잡았다. 32년의 역사를 감안해 단순 계산하면 연간 1.9명에 가까운 감독들이 옷을 벗고, 새롭게 탄생했다고 볼 수도 있다. 신용을 담보로 한 계약서의 계약기간은 휴지조각이 되기 일쑤였다.
2013 프로야구 올스타전서 양 리그 감독들이 서로 악수를 하고 있다. 올해는 역대 최초로 감독 교체가 없는 해로 남을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이처럼 현장은 프런트가 인사를 주도하는 것을 넘어 코칭스태프와 프런트간의 ‘갑’과 ‘을’의 관계가 뒤바뀌는 현상이 유행처럼 번졌다. 동시에 최고의 권위를 지니고 있는 감독들의 강제적 교체에 대한 팬들의 거센 반감과 잦은 교체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런 영향을 받은 프런트는 최근 ‘경질’이라는 단어에 매우 민감해졌다. 잦은 교체가 장기적인 팀 운영에도 득이 될 것이 없다는 목소리가 더 힘을 얻었다. 결국 올해도 몇몇 구단이 감독 교체를 고려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유임의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야구계의 중론이다.
특히 올해는 대행이 없는 드문 시즌이었다. 중도교체 없이 모든 감독들이 자리를 지켰고 시즌 후 의례적으로 발표되는 ‘자진사퇴’도 없었다.
물론 훈훈한 훈풍만 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부진한 성적을 낸 SK와 KIA,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롯데는 나란히 수석 코치 및 일부 코칭스태프를 교체했다. 이 과정에 감독의 입김보다 구단의 의사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구단이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묻는 동시에 감독들을 압박하는 셈이다. 이는 결국 한 번의 기회를 더 줬으나 언제든지 책임의 선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경고로도 충분히 읽힐 수 있다.
이제 기존 9개 구단은 일제히 마무리 훈련과 스프링캠프에
매년 피바람이 불었던 프로야구 감독사를 통틀어서 모처럼 유혈 없는 무풍지대의 시즌으로 남게 될 공산이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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