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이제 한 경기다. FC 서울이 아시아 클럽 정상에 오르는데 한 경기만 남겨뒀다. 목표도, 방법도 오직 승리다. 마지막 한 경기를 이겨야 시상식에 올라, 꽃가루 속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다.
지난해 K리그를 제패한 서울의 실력은 이미 아시아 무대에서 입증됐다. 제 실력으로 충분히 오를 수 있는 자리지만, 행운도 따라야 한다. 그리고 그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선 기적이 필요하기도 하다.
서울의 열세를 내다보는 눈이 많다. 막대한 돈을 쏟아 특급 감독과 특급 외국인선수, 중국 국가대표를 쓸어 담은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우위를 점치고 있다.
밖에선 광저우의 승리를 점치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있는 서울이다. 결코 광저우를 못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사진=MK스포츠 DB |
서울 입장에선 기분 나쁘지만, 기록적인 측면에서 나름 이유가 있다. 광저우는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최강의 안방 호랑이였다. 홈 6경기를 치러 5승 1무를 기록했다. 눈 여겨 볼 건 득실점이다. 16골을 넣으면서 1골도 내주지 않았다. 리피 감독은 광저우에게 ‘빗장수비’를 이식했다.
그러나 잘못된 게 있다. 그 1무다. K리그 클래식의 전북을 상대로 이기지 못했다. 골도 못 넣었다. 광저우는 지난해 5월 전북에게 1-3으로 패한 이후 AFC 챔피언스리그 8경기 연속 무패(7승 1무) 중이다. 그러나 최근 못 이겼던 2경기의 상대가 모두 K리그 클래식 팀이었다.
다른 하나는 서울의 중국 원정 부진이다. 2003년 AFC 챔피언스리그로 통합 개편된 뒤, 아시아 클럽 대항전에 나가지 못했던 서울은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 참가했다. 산둥 루넝, 항저우 그린타운과 각각 조별리그에서 만났는데, 서울은 1무 1패(산둥전 0-2 패, 항저우전 1-1 무)를 기록했다.
올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장쑤 사인티(조별리그), 베이징 궈안(16강)과 차례로 겨뤘는데, 원정 경기 성적은 1승 1무였다. 장쑤를 2-0으로 이겼지만, 베이징과는 득점없이 비겼다. 통산 AFC 챔피언스리그 중국 원정 성적은 1승 2무 1패다.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결승 1차전에서 2-2로 비기면서 사실상 이기지 않고서는 우승이 힘든 서울로선 꺼림칙한 중국 원정 성적표다.
그러나 이 또한 곧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서울이 중국 수퍼리그 팀에게 약했던 건 아니다. 홈과 원정을 통틀어, 4승 4무 1패를 기록했다. 2009년 4월 8일 산둥 원정에서만 한 차례 졌을 뿐이다. 그 뒤로 8경기 연속 무패 중이다.
서울이 수퍼리그 징크스에 시달린 게 아니다. 오히려 광저우가 K리그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거침없는 광저우지만 K리그 팀만은 꺾지 못했다.
아시아 클럽 정상 등극에 대한 동기부여 또한 서울이 광저우보다 더 크다 .2001-02시즌 전신인 아시안 클럽 챔피언십 준우승 이후 어렵게 잡은 기회다. 11년의 기다림과 2번의 좌절 끝에 다시 오른 결승 무대다.
환경적인 차이는 서울에게 불리할지 모른다. 적지이고 광적인 광저우 팬의 몰상식한 방해도 뻔하다. 그러나 그 하나를 제외
서울이 정상에 오르는 날, 그들의 이름 앞에는 ‘미라클’ 혹은 ‘승자’라는 기분 좋은 별명이 붙을 터다. 그리고 K리그의 위상을 다시 한 번 드높이 터다. 그 날이 밝았다.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