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13일 오후 정대세가 한국인 승무원과 결혼한다는 본지의 단독보도 <정대세, 미모의 스튜어디스와 12월 결혼> 이후 수원구단은 곧바로 보도자료를 통해 “정대세가 12월14일 국내 모 항공사 승무원과 화촉을 밝힌다”고 공식입장을 전했다.
수원 구단은 “정대세가 오는 12월14일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한국 국적의 신부와 결혼한다. 두 사람은 지난 5월 지인의 소개로 만나 교제를 시작했으며 최근 양가의 승낙을 받고 결혼을 준비해왔다”고 발표했다.
정대세가 오는 12월 미모의 승무원과 화촉을 밝힌다. 응당 축하받을 일이다. K리그 입성을 결정했을 때보다 더 큰 박수가 필요한 일이다. 사진= MK스포츠 DB |
일단 독일 프로리그에서 활약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지닌 공격수다. 정대세의 수원 입단이 발표됐을 때 황선홍 포항 감독은 “K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선수다. 감독으로서 탐이 나는 공격수”라면서 “공격수마다 어울리는 리그가 있다. 정대세는 투쟁심이 강하고 저돌적인 스타일이다. 몸싸움도 즐긴다. K리그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유형의 공격수”라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의 이유가 그저 뛰어난 실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알다시피 정대세의 특별한 신분이 영향을 미쳤다. 정대세는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3세다. 대한민국 국적의 재일동포 2세 아버지와 조선적 어머니를 둔 자이니치(在日)로, 자신의 국적은 대한민국이다. 이렇듯 낯선 ‘경계인’ 신분 때문에 안팎의 관심이 더 큰 인물이 됐다.
통통 튀는 스타성도 정대세에게 향하는 시선을 많게 만든 이유다. 지난 1월10일 입단식에서 “공격수라면 15골은 넣어야한다고 생각한다”는 당당한 포부를 밝히던 정대세는 긴장된 상황 속에서도 특유의 위트를 잃지 않았다.
그는 “인민루니라는 별명이 마음에 든다. 앞으로도 그렇게 불러주셨으면 좋겠다” “한국에 있는 동안 JYJ의 콘서트장에 가보고 싶다” “강남스타일 말춤은 너무 유명하고 쑥스러워서 내가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힐링캠프나 런닝맨 등 오락프로그램을 좀 더 섭렵해서 동료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등등 ‘깨알 같은 입담’으로 회견장을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특별한 실력과 특별한 배경 그리고 특별한 스타성을 지난 정대세는 2013년 K리그 클래식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특별한 옵션이었다. 부상과 적응기로 어느 정도 애를 먹기는 했으나 정대세는 기대만큼의 활약상으로 수원팬들의 사랑을 받는 ‘블루 불도저’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마냥 순탄한 K리그 적응은 아니었다.
원치 않게 도마에 오르는 일도 있었다. 지난 여름 K리그 올스타전 무렵 일부 네티즌들이 정대세의 특별한 출신성분을 거론하면서 때 아닌 ‘색깔논쟁’을 일으킨 것 등 불필요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적잖은 마음고생도 있었다. 다수의 응원 그리고 특유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수원맨과 K리거로 뿌리내리고 있었으나 또 다른 ‘대사’인 결혼을 앞두고 걱정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정대세의 결혼은 양가 최측근들만 알았을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됐다. 수원의 한 동료선수는 “정대세에게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말로 동료들도 몰랐던 일이라는 뜻을 전했다. 그만큼 조심스러웠던 까닭이다.
수원 구단 관계자는 “아무래도 정대세가 경기 외적인 면에서 부각되는 것은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결혼은 분명 축하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구단 쪽에서도 발표를 심사숙고 했던 것”이라는 말로 지금껏 결혼 소식이 비밀에 부쳐졌던 이유를 밝혔다. 안타까운 일이다. 적어도 남은 기간에는 안타깝지 말아야할 일이기도 하다.
모두의 축복 속에서 준비되고 또 행해져야할 누군가의 결혼이 조심스럽게 숨겨야할 일이 되어야할 이유는 없다. 응당 축하받을 일이다. 정대세가 K리그의 매력을 느껴 수원에 입단했던 당시 팬들이 보냈던 따뜻
더더욱 큰 격려와 축하가 있어야할 일이다. 한국 국적의 피앙세와 평생을 약속했다는 것은 그만큼 대한민국에 뿌리내리고 싶다는 정대세의 뜻이 반영된 결정이라 해석할 수 있다. 용기 있는 결정 그리고 구단의 공식발표와 함께 이제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행복한 식을 준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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