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임성일 기자] 마지막 인사말을 전하는 이영표는 의연했다. 자신의 표현대로 ‘27년간의 경기’를 끝내는 자리기에 아쉬움이 진하지만, 또 다른 삶을 준비하는 시작이기에 이영표는 웃을 수 있었다.
‘초롱이’ 이영표가 14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이영표는 준비한 고별사를 통해 “이제 마지막 인사를 한다고 생각하니 감사함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언젠가는 꼭 한번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치열한 그라운드를 달리느라 밖을 볼 수 없었는데 이제 27년간의 긴 경기를 마치고 밖에서 얼마나 수고하는 분들이 많은지 느끼게 된다. 지금껏 부족한 날 채워준 많은 스승들과 선후배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는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27년간의 긴 경기를 마치고 이영표가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미련을 버리고 아름다운 이별을 택했다. 사진(서울)= 김재현 기자 |
이영표가 지금 은퇴를 결정한 결정적인 이유는 ‘박수 받을 때’ 떠나기 위함이었다. 올 시즌까지도 이영표는 당당하게 필드를 누볐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강철체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에 미련을 버렸다.
그는 “시기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다. 사실 은퇴하는 선수들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체력적인 문제 때문이다. 주위 동료들이나 감독, 클럽 회장까지도 내 체력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말하면서 왜 은퇴하냐 물었지만, 사실 난 체력적인 문제를 느꼈다”면서 “난 느끼는데 동료들은 알지 못한다. 동료들이 느꼈을 땐 늦은 것이다. 나만 느낄 때 은퇴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은퇴 이유를 설명했다.
이영표는 회견 내내 ‘미안하다’와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은퇴를 준비하는 내내 속으로 너무 많이 울어서 지금은 눈물이 나지 않는다”고 웃은 뒤 “아쉬워서 흘린 눈물이 아니라 감사해서 흘린 눈물이다. 너무 많은 분들에게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다. 받은 만큼의 도움을 주지는 못했으나 후회는 없다”는 말로 길고도 짧았던 선수생활을 회상했다.
‘초롱이’ ‘꾀돌이’로 통했을 만큼 영리하고 현명하고 성실했던 선수였던 이영표는 조급하지 않게 새로운 삶을 준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통상적으로 향후 행보를 거론하는 은퇴 회견의 내용과 달리 이영표는 ‘미래’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확실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라면서 “개인적으로 더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2~3년 동안은 부족한 날 채우면서 나를 알아가는 시간으로 만드려고 한다”는 계획을 전했다.
“육체적으로도 너무 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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