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생활을 마친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이영표(36)는 "한국 축구의 문제점인 수비 불안의 중심에 제가 있었다"면서"축구팬께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이영표는 1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준비해 온 소감을 밝히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지난달 말 현역 은퇴를 공식 선언한 이영표는 마지막 소속팀인 미국프로축구(MLS)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 은퇴 경기를 치렀고, 15일 한국과 스위스의 국가대표 평가전이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은퇴식을 합니다.
그는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픔, 좌절과 성공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때 마지막인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감사함과 미안함이 교차한다"며 감회에 젖었습니다.
이어 "축구의 즐거움을 더는 느낄 수 없다는 게 무겁게 느껴진다"면서도 "스스로에게 정직했기에 아쉬움이 없다"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1999년 6월 코리아컵 멕시코전에서 A매치에 데뷔한 이영표는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까지 대표팀 부동의 왼쪽 풀백으로 활약했습니다.
2011년 1월 28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카타르 아시안컵 3-4위전을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하며 A매치 통산 127경기(5골) 출전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날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등장한 이영표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태극마크 달고 뛴 경기가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떠올리더니 "축구팬 여러분께 미안하다는 말을하고 싶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2000년대 한국 축구 가장 큰 문제점은 수비 불안이었고 제가 그 중심에 있었다"면서 "눈에 잘 보이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저 때문에 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정정당당하게 받아들여야 할 패배 앞에서 비겁한 변명과 핑계를 댄 적도 많았다"면서 떠나는 순간까지 겸손했습니다.
프로 선수로서는 2000년 안양 LG 소속으로 K리그에 데뷔했
27년의 선수 생활을 마치면서 그는 "치열하게 달리느라 여유가 없었는데 27년간의 긴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경기장 밖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수고하는지 깨달았다"고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