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야구에서 도루는 경기흐름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공격력 중 하나다. 하나의 아웃카운트를 희생하지 않고도 득점권에 진루할 수 있으며, 발 빠른 주자의 출루로 상대 투수의 심리상태를 흔들어 놓아 경기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다.
넥센 히어로즈의 ‘발야구’에는 서건창 장기영 유재신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이택근 강정호, 4번 타자 박병호까지 중심타자들도 맘만 먹으면 뛰어 상대팀을 압박한다.
"거포 군단" 넥센이 내년 발야구 가세로 공격력을 강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MK스포츠 DB |
넥센이 발야구에 재능이 없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넥센은 최종 순위 6위에 머물렀으나, 179개 도루(도루 성공률71.3%)를 성공시키며 팀 도루 부문 1위에 올랐다.
도루 부문 2위에 올랐던 서건창(39도루)과 장기영(32도루)이 각각 30도루 이상을 기록했다. 강정호(21도루) 박병호(20도루)는 20도루 이상씩 성공하며 ‘20-20 클럽’에 가입했다. 이어 정수성(19도루) 이택근(13도루)이 두 자릿수 도루로 ‘발야구’에 힘을 보탰다.
그렇다면 올해 넥센의 도루수가 적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올 시즌에 앞서 신임된 염경엽 넥센 감독은 선수들에게 ‘뛰라’고 지시했다. 단, 톱타자 서건창을 제외한 선수들은 상황에 따른 작전에 의해서만 도루 시도가 허락됐다. 처음부터 무리한 시도로 위험한 상황을 자초해 의미 없는 아웃 카운트를 늘리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지난 6월 서건창의 부상으로 발야구의 흐름이 끊겼다. 그러나 염 감독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염 감독은 “(서)건창이가 없다면 다른 선수가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다. 도루를 하지 않는다면 다른 공격 방식으로 이기면 된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넥센은 염 감독의 말대로 도루 대신 홈런으로 2% 부족했던 공격력을 채웠다. 넥센은 올해 125홈런(1위)을 터뜨리며 득점(3위 616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여전히 도루에 대한 욕심이 강하다. 지난해 부상으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아쉬움이 큰 서건창은 “‘발야구’는 누상에서 상대팀에게 압박감을 준다. 특히 빠른 주자의 출루는 상대 투수에게 위협감을 줄 수 있어 자기 기량이 못 나오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뛰겠다’라는 뉘앙스를 심어줘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우리 팀은 나보다 발 빠른 타자들이 많다. 언제든지 뛸 수 있다"라며 내년 활발하게 이뤄질 넥센의 발야구를 예고했다.
넥센은 대다수의 타자가 거포 선언을 했다. 대부분 근육으로 몸을 불리며 홈런과 중장거리 안타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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