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임성일 기자]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스위스와의 평가전에서 팬들의 시선이 향했던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오랜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진격의 거인’ 김신욱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의 여부였다.
홍명보 감독은 소집 내내 김신욱을 ‘제대로’ 쓰기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김신욱 장점이 많은 선수다. 그 장점을 어떻게 경기장에서 표출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김신욱보다는 김신욱을 제외한 9명이 함께 고민해야한다”는 뜻을 전했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김신욱이 동료들과 함께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은 느낌이다. ‘팀 속의 김신욱’으로 거듭나면서 위력이 배가 됐다. 사진(상암)= 김영구 기자 |
이틀이라는 시간은 그리 넉넉하진 않았으나 적어도 어느 정도의 실마리를 푼 모습이다. 서 있는 자체로 위협적인 장신 공격수를 ‘제대로’ 활용하면 어떤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 스위스전을 통해 몸으로 체득했다.
선발 원톱으로 출전한 김신욱은 시종일관 공격의 중심으로 활약했다. 그간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을 때의 절치부심이 느껴지는 진지한 모습으로 매 순간 집중했다. 일단, 역시 김신욱의 하드웨어는 위력적이었다. 전반 13분 기성용의 프리킥을 김신욱이 몸싸움을 이겨낸 뒤 헤딩 슈팅으로 골망을 흔든 게 대표적이다. 오프사이드가 선언됐으나 정적인 세트피스 연결에서 한국 공격수가 몸싸움을 이겨내고 헤딩 슈팅으로 연결하는 모습은 흔치 않았던 장면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돋보였던 것은 ‘팀 속의 김신욱’이었다. 후방 수비수들부터 중원의 미드필더들 그리고 측면 공격수들까지 허투루 김신욱을 활용하지 않았다. 가장 달라진 점은 ‘김신욱을 거친 다음 공’에 대처하던 모습들이다.
전체적으로 김신욱을 지향하던 패스 이후의 세컨볼 점유율이 높았다. 김신욱의 전매특허인 헤딩 떨구기도 있었고, 김신욱의 발을 거친 패스연결도 있었다. 하늘이 필요할 땐 하늘을 이용했고 땅이 적절할 땐 땅볼로 주고받았다. 김신욱에 대한 마크가 붙었을 때는 손흥민과 이청용 등 다른 선수들을 향하는 패스도 효과적이었다.
김신욱 효과는 후반에 더 잘 드러났다. 후반 10분 김신욱이 공을 잡은 뒤 살짝 뒤로 흘려 쇄도하던 이청용에게 완벽한 1대1 찬스를 만들어주던 모습은 홍명보 감독이 그리는 이상적인 패턴에 가깝다. 후반 12분에는 김신욱 자신이 직접 왼쪽 측면으로 빠져서 올린 크로스가 정확하게 이근호의 머리로 향했다. 마무리가 되었다면, 김신욱은 2개의 도움을 기록할 수 있었을 만큼 결정적인 패스들이었다.
결국은 골에도 관여했다.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13분, 기성용의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센터백 홍정호가 뒤로 돌아가면서 헤딩 슈팅으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완벽하게 준비된 패턴에 의한 득점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인 장면이었다. 이때 김신욱은 짧은 포스트 쪽에서 상대 수비수들에 무언의 시위를 했다. 김신욱이라는 공격수의 보이지 않는 효과다.
후방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움직이면서 김신욱은 단순히 포스트에서만 서성거리는 ‘거구’가 아님을 입증했다. 물론, 언제 어디서든 공중으로 날아오는 공은 위력적인 키와 점프로 머리에 맞췄다. 그때마다 팬들은 탄성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머리만 쓸 줄 아는 공격수가 아닐 뿐, 역시
김신욱은 경기 종료 8분여를 남기고 윤일록과 교체됐고 홍명보 감독은 칭찬이 담긴 하이파이브와 함께 등을 두드렸다. 김신욱이 오랜만에 대표팀에서 자신감을 가졌을 경기다. 김신욱 그리고 김신욱과 함께 뛴 동료들이 어느 정도 실마리를 풀었다. 역전승만큼 값진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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