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첫 원정길인데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머나먼 비행 끝에 UAE(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 왔건만, 반겨준 건 모래바람이었다. 시차 적응도 덜 된 가운데 푹신한 그라운드가 아닌 딱딱한 실내 바닥에서 첫 훈련을 했다. 참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나 남태희(22·레퀴야)에게만은 익숙한 환경이다.
홍명보호 5기 23명 가운데 중동에서 뛰는 선수는 2명. 남태희와 곽태휘(32·알 샤밥)다. 중동 경험만 치면 10세 어린 남태희가 더 풍부하다. 남태희는 2011년 말 프랑스를 떠나 카타르에 왔으니, 2년여가 다 되어간다.
A대표팀 원정 경험도 적지 않다. A매치 10경기를 출전했는데 한국에서 뛴 건 4경기다. 밖에서 더 많은 경기를 치렀다.
남태희(왼쪽)는 홍명보호 안에서 막내 축에 속하지만 가장 중동 경험이 풍부하다. 중동에서 기분 좋은 추억도 여럿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올림픽대표팀 시절, 중동에서 ‘사고’를 친 기억도 있다. 지난해 2월 무스카트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오만전에서 경기 시작 15초 만에 결승골을 터뜨렸다. 남태희의 결승골로 기세를 잡은 한국은 오만을 3-0으로 꺾고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다. 앞서 중동만 가면 죽을 썼던 올림픽대표팀이었는데, 홍명보 감독의 첫 부름을 받은 남태희가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A대표팀을 당혹스럽게 한 황사도 남태희에겐 새삼스럽지 않다. 그에겐 이 열사의 땅이 안방과 다름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자신감이 생긴다.
게다가 짧은 시간이긴 해도 홍명보호 소집 후 첫 출전한 스위스전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후반 32분 교체 투입돼 볼 터치, 드리블, 패스 등 자신의 실력을 보여줬고,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뛰는 것만으로도 간절했던 그로선 자신감이 2배가 됐다.
그렇기에 이번 러시아전(19일)에서는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각오
남태희는 “(스위스전에)짧은 시간이긴 해도 경기를 뛰었다는 게 무척 기뻤다”라며 “러시아를 상대로 중동에서 경기를 하는데 시차, 현지 기후 등 적응 같은 건 내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A매치 데뷔 득점까지도 하고 싶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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