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홍명보호가 19일 러시아와 A매치를 갖는다. 올해 마지막으로 치르는 경기로 국내파보다 유럽파에게 더 의미 있다. ‘다음’이 없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A대표팀은 내년 1월 2014브라질월드컵을 대비해 3주간 전지훈련을 실시한다. K리거를 중심으로 일본 J리그, 중국 수퍼리그 등 아시아 무대에서 뛰는 몇몇 선수들이 합류할 예정이다.
시즌이 한창인 유럽파로선 소집에 응하기 어렵다. 유럽파에게 러시아전 이후 다음 경기는 내년 3월 A매치다. 그리고 이 1경기를 끝으로 홍명보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데려갈 선수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그간 기회를 잡지 못했거나 제 실력을 펼치지 못했던 유럽파로선 이번 러시아전을 통해 반전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지동원(선덜랜드), 김보경(카디프 시티), 박주호(마인츠) 등 3명의 입지가 그러한데 러시아전에서 명예회복을 꿈꾸고 있다.
지동원은 홍명보호 출범 이래 원톱으로 2경기를 뛰었다. 그러나 기대 이하의 깅기력을 펼쳤고,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사진=MK스포츠 DB |
홍명보호 안에서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골 가뭄에 시달렸던 A대표팀이고, 지동원이 ‘원톱’ 부재를 해결해줄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동원은 실망스러웠고 ‘원톱’ 고민을 더욱 부각시켰다.
아이티전과 브라질전에 원톱으로 선발 출전했지만, 각각 45분과 50분만 뛴 채 교체됐다. 이렇다 할 보여준 것도 없었다. 자신감이 떨어진 그의 움직임에는 날카로움이란 없었다.
이후 벤치만 달구고 있다. 그가 밀린 사이, 이근호(상주)는 말리전에서 좋은 콤비네이션을 선보였고, 다시 부름을 받은 김신욱(울산)은 ‘환골탈태’했다.
홍명보호가 제 궤도에 오르면서 점점 제 색깔을 나타내는 반면, 지동원의 존재감은 점점 보이지 않고 있다. 공격수에서 측면 미드필더로 밀렸고, 공격 옵션 순위에서도 밀렸다. ‘삼세번’을 다짐하는 지동원인데, 러시아전을 통해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홍명보호 출범 후 지동원의 성적표
2경기(선발 2회) 95분
출전 경기 : 아이티전, 브라질전
김보경(왼쪽)은 홍명보호 합류 이후 전 경기를 뛰었다. 그렇지만 점차 자신의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손흥민에 이어 이근호가 그의 자리를 밀어내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퍽 이해가 안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김보경은 지동원, 박주호와 달리 꾸준히 뛰고 있다. 유럽파를 호출한 지난 9월부터 김보경은 5경기를 다 출전(선발 3번)했다. 말리전에서는 이청용(볼튼)이 도움을 받아 골 맛도 봤다.
그런데 출전시간과 달리, 그의 위치가 애매하다. 왼쪽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는데, 어느 자리도 확실한 주전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 오히려 자리를 잃어가는 그림이다. 손흥민(레버쿠젠)은 김보경을 제치고 왼쪽 미드필더로 자리를 굳혔다.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이 부상으로 이탈한 터라, 지난 스위스전이 중요했는데, 최근 소속팀에서 출전 시간이 줄어든 김보경은 경기 감각 부족으로 실망스러웠고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아웃됐다. 대신 들어간 이근호가 펄펄 날았던 터라 더욱 대조적이었다.
상황은 역전됐다. 러시아전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근호가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기회’를 노리는 김보경으로선 초조할 따름이다.
※홍명보호 출범 후 김보경의 성적표
5경기(선발 3회) 273분 1골
출전 경기 : 아이티전, 크로아티아전, 브라질전, 말리전, 스위스전
박주호는 김진수, 윤석영에 밀리면서 왼쪽 수비수 3번째 옵션이 됐다. 윤석영의 부상과 김진수의 컨디션 난조 속에 러시아전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을까. 사진=MK스포츠 DB |
가장 간절한 건 박주호다. 가장 칠열했던 왼쪽 수비수 경쟁이었는데, 옵션에서 ‘No.3’로 밀려난 양상이다. 김진수(알비렉스 니가타)가 10월부터 주전 입지를 구축했으며, 윤석영(돈카스터)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박주호는 홍명보호에서 뚜렷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경기 출전도 딱 1번이었다. 부름을 받은 유럽파 가운데 가장 적은 경기수였다. 9월 아이티전에 선발 출전해 홍명보호의 첫 승(4-1)을 이끌었지만, 그 뒤 박주호가 그라운드를 밟은 적이 없었다. 아이티전에서 준수한 경기력을 선보였지만 김진수, 윤석영을 압도할 정도는 아니었다.
결국 5기 명단에서 제외됐다. 4기와 비교해 유럽파 제외는 2명이었는데, 구자철은 부상 때문이었다.
밀렸던 박주호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윤석영의 부상으로 대체자로 발탁된 것. 그리고 김진수의 컨디션 난조로 러시아전에서 기회가 주어질지 모른다. 박주호로선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다. 어떻게든 홍명보 감독의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
※홍명보호 출범 후 박주호의 성적표
1경기(선발 1회) 90분
출전 경기 : 아이티전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