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졌지만 박수를 쳐줘야 할 한판이었다. 유럽의 강호 러시아를 상대로 대등하게 싸웠다.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지만 잘 한 점도 많았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
전체적으로 한국이 불리한 경기였다. 객관적인 전력상 러시아가 우위였고, 환경적인 차이도 러시아가 유리했다. UAE(아랍에미리트연합), 중립 지역에서 열린 경기였지만 러시아는 보다 일찍 넘어와 적응을 마쳤다. 스위스전을 마치고 장거리 비행 끝에 동착해 피로 누적도 컸다. 이 때문에 스위스전과 비교해 베스트11에 5명의 얼굴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에서 37계단이나 높은 러시아를 압도했다. 스위스전에서 보여준 강한 압박과 빠른 공격은 이날 경기에서도 위력적이었다. 손발을 맞추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조직력도 한층 좋아졌다.
한국은 19일(현지시간) UAE 두바이에서 가진 러시아전에서 1-2로 졌다. 그러나 어려운 여건 속에서 강호 러시아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리고 경기 시작 6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러시아의 실수가 있긴 했지만 김신욱, 손흥민, 김신욱으로 이어지려는 공격 경로가 좋았다. 스위스전에 이어 2경기 연속 세트피스에서 득점을 하며 공격 옵션을 확실히 갖췄다.
러시아가 나흘 전 세르비아전과 비교해 변화의 폭을 주면서 젊은 선수를 기용하긴 했지만, 절대 약하지 않았다. 2014브라질월드컵 유럽지역 예선에서 포르투갈을 제치고 조 선두를 차지한 저력은 무시무시했다. 전반 중반 이후 몰아친 러시아의 공격은 매서웠다. 수비도 단단하다는 평을 받았다. 허점도 많지 않았는데, 이를 뚫은 한국이다.
비록 마무리의 세밀함이 부족했지만, 한국은 러시아 수비를 유린했다. 이근호와 이청용, 손흥민은 빈 공간으로 파고들어갔고, 기성용(선덜랜드)도 묵직한 중거리 슈팅으로 지원 사격을 했다. 러시아 골키퍼 로다긴의 신들린 선방이 없었다면 추가골도 가능했다. 경기 막바지에도 수비 뒷공간으로 꽤 날카로운 공격도 펼쳤다.
물론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후반 들어 체력과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수비진의 작은 실수로 연속 실점을 했다. 원정의 불리함을 직접 경험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잘 싸웠던 한국이었다. 그리고 원하는대로, 하던대로 마음껏 부딪혀봤다. 막
어차피 승패가 중요한 경기 아니었다. 브라질월드컵 유럽지역 예선을 조 1위로 통과한 스위스, 러시아를 상대로 세계의 높은 벽과 마주하며 한국축구의 현주소와 가능성을 점검하고자 했다. 어려웠던 시험인데 최대한 잘 풀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바를 보여주고자 했는데, 스위스, 러시아를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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