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스위스와 러시아라는 유럽의 강호들과의 2연전은 홍명보호의 현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평가 무대였다.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스위스와의 경기에서는 2-1로 승리했고, 19일 UAE 두바이에서 만난 러시아에게는 1-2로 패했다. 흥미롭게도 스위스전은 먼저 골을 허용한 뒤 역전승을 했고, 러시아전은 선제골을 넣고 뒤집어진 내용이다. 적절한 당근도 먹었고 적절한 채찍도 맞았다.
경쟁력은 확인됐다. 특히 스위스전의 경기력은 인상적이었다. 선제골을 내주고도 경기를 뒤집던 모습은 홍명보호의 밝은 미래를 기대케 하기에 충분했다. 그에 비해 러시아전은 아직 보완해야할 점이 있음을 설명해준 냉정한 잣대였다. 전자도 소득이고 후자도 소득이다. 홍명보 감독이 누누이 강조하듯이, 지금은 내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잘한 것에 취하기보다는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한 시점이다.
2013년 마지막 평가전을 통해 홍명보호가 얻은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벤치 에너지’의 중요성이다. 또 다른 주전들의 힘을 키우는 것도 중요한 시점이다. 사진= MK스포츠 DB |
물론, 아직까지 주전과 비주전을 가릴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졌을 때 암묵적인 ‘구분 선’은 분명히 존재하고 베스트에 가까운 멤버를 가동했을 때와 백업 멤버들을 실험했을 때의 경기력은 다소 차이가 있었다.
러시아전에서 홍명보 감독은 다양한 멤버를 가동시켰다. 전반에 김신욱 손흥민 이청용 기성용 등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진 인원들이 가동된 것과 달리 후반에는 남태희 김보경 지동원 고명진 등 다른 자원들을 실험했다. 스코어와 상관없이, 후반전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전후반 내내 전방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줬던 이근호, 후반 시작과 함께 김신욱과 교체투입돼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던 남태희 등 긍정적인 평가를 끌어낸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은 썩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스위스전에 이어 다시 아쉬움을 자아낸 김보경과 조커의 임무를 부여받았던 지동원은 벤치의 뜻에 부응하지 못했다.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평가가 가능하다. 왼쪽풀백 박주호와 오른쪽 풀백 신광훈은 스위스전에 나왔던 김진수-이용 조합에 비해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기성용의 파트너로 오랜만에 출전했던 박종우 역시 의욕과 달리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정성룡을 백업이라 부르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어쨌든 또 다시 큰 실수를 범했던 것도 달가울 것 없는 일이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완벽한 베스트 11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축구란, 그리고 단기간의 대회란 늘 변수라는 불청객을 감안해야한다. 그런 측면에서 ‘벤치 에너지’는 주전들의 능력 이상으로 중요한 부분이다. 누군가가 빠지고 대체자가 들어왔을 때 그것이 팀 전체의 힘을 떨어뜨린다면, 결코 좋은 팀이라고 말할 수 없다. 주전과 비주전이 아닌, 주전과 또
11월 2연전이자 2013년의 마지막 평가전은 ‘벤치 에너지’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해준 무대였다. 베스트에 가까운 전력이 발휘됐을 때 홍명보호의 경쟁력은 서서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 뒤를 받쳐줄, 또 다른 베스트를 구축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병행되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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