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LG 트윈스 이병규(39, 9번)가 제2의 전성기를 누린 2013시즌이 끝났는데도 또 발로 뛰고 있다. 잠실야구장의 그라운드가 아닌 야구 꿈나무들을 위해 뛰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14일 영화 ‘글러브’의 실제 모델인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원들이 잠실구장을 찾았다. LG 선수들은 2시간여 동안 성심성의껏 야구를 가르치고 선수들이 직접 성금을 모아 장학금도 전달했다.
LG 트윈스 이병규(9번)의 남모른 선행이 야구 선수를 꿈꾸는 모교 후배들의 추운 겨울을 훈훈하게 달굴 예정이다. 사진=MK스포츠 DB |
이병규의 숨은 선행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LG 구단 관계자도 "이병규 선수가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만, 구단에서 진행하는 봉사 활동 이외에 남몰래 하는 선행이 많다. 잘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이병규는 올해 모교인 청구초등학교를 찾을 계획이다. 오는 24일 모교를 직접 찾아 야구의 꿈을 키우고 있는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사비로 야구 장비를 선물하고 재능 기부도 할 예정이다. 작은 성의 표시이지만, 규모도 적지 않다. 충주성심학교와 청구초교에 1000~1500만원씩 약 3000만원의 배트, 글러브 등 야구 장비를 지원한다.
21일 잠실구장서 만난 이병규는 “숨은 선행을 하고 있다”라는 말에 마치 잘못이라도 한 것을 들킨 사람처럼 손사래부터 치며 “쑥스럽다”고 멋쩍게 웃었다.
이어 이병규는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다. 내가 받은 것이 있으니까 다시 돌려주는 것일 뿐이다. 자라는 후배들에게 희망을 주고 도와주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라며 “그날 게임이 있다고 해서 끝나고 클리닉도 하고 밥도 먹고 같이 놀아주는 것이 전부다. 혼자 가기 좀 그래서 투수와 야수 애들 3~4명 정도 같이 참여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충주성심학교도 직접 찾거나 초청을 해서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이병규는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이미지가 강하다. 솔직한 성격 탓에 오해도 많다. 그런데 요즘은 야구 인생 황혼기로 접어들면서 ‘사람이 변했다’는 말도 듣는다.
그러나 이병규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그건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난 항상 이랬던 사람이다. 따뜻한 사람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원래 나쁜 놈은 아니다”라며 빙그시 웃었다. 이어 “내가 거짓이 없고 꾸밈을 싫어해 직설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다 보니 오해가 생기나 보다. 그런 건 내 잘못도 크다”면서 “나를 봤을 때 나쁜 놈처럼 보이냐?”고 당당하게 반문했다. 물론 대답은 No.
이병규는 이번주부터
11월까지 휴식기를 갖는 이병규는 그 동안 함께 하지 못했던 가족과 시간을 보내랴, 지인들 만나랴, 방송 출연하랴, 미리 운동하랴, 숨은 선행하랴 정신 없이 바빠도 표정은 밝기만 했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