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운명의 원정길이다. 강등의 칼바람을 맞고 있는 경남 FC, 강원 FC, 대구 FC가 이번 주말 나란히 집을 떠나 원정길에 오른다.
순위표 맨 아래는 그야말로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살 떨리는 잔류와 강등의 싸움이 라운드마다 펼쳐지고 있다. 잔류 확정인 11위 경남(승점 32점)과 14위 대전 시티즌(승점 28점)과는 불과 승점 4점차다. 강원은 경남과 같은 승점 32점이고, 대구가 승점 29점으로 뒤쫓고 있다.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운명이 뒤바뀔 수 있다.
1경기를 더 치른 대전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남, 강원, 대구는 공교롭게 K리그 클래식 38라운드를 원정경기로 갖는다. 3팀 모두 원정경기 성적이 썩 좋지 않다. 강원은 33.3%(3승 6무 9패), 대구는 32.4%(4승 3무 10패), 경남은 26.5%(1승 7무 9패)로 승률 35% 아래다.
강원은 ‘용갑 매직’ 속에 최근 가파른 오름세를 타고 있다. 그렇지만 중요한 순간 가장 가기 싫은 광양에서 한판을 치러야 한다. 사진=강원 FC 제공 |
가장 마음이 급한 건 경남이다. 경남은 올 시즌 원정 17경기를 치렀는데 딱 1번 승리했다. K리그 클래식 14개 팀 가운데 가장 저조한 원정경기 성적이다. 지난 10월 9일 대전을 1-0으로 이겼던 게 유일하다. 원정 16경기 만에 거둔 승리였다. 흐름도 좋지 않다. 최근 7경기에서 2승 5패로 하향세인데다 제주도 원정을 떠나는 것도 벅차다. 경남은 2010년부터 제주 원정 4연패(3득점 12실점)다. 지옥이 따로 없다.
시즌 막바지 ‘용갑 매직’을 펼치고 있는 강원은 최근 원정에서 승점 사냥을 잘 했다. 최근 원정 5경기에서 3승 2무로 무패다. 앞서 4무 9패로 뷘했던 걸 고려하면 180도 달라졌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 없다. 중요한 시기에 하필 절대 가고 싶지 않은 광양을 향한다. 강원은 역대 전남 원정경기에서 3무 4패로 단 1번도 이긴 경험이 없다. 골을 넣어야 이기는데, 최근 원정 4경기에서 1골도 넣지 못했다.
대구는 ‘만만한’ 성남을 상대한다. 최근 성남전 5경기 연속 무패(3승 2무)인데, 원정을 떠나서도 2연승을 했다. 더 이상 탄천종합운동장은 그들에게 아픔만 주는 곳이 아니다. 그렇지만 주변 환경이 복잡하다. 별 7개를 땄던 ‘일화’ 간판을 걸고 치르는 성남의 마지막 홈경기다. 최근 주춤했던 성남이 죽기 살기로 덤벼들게 분명하다. 더욱이 대구는
경남, 강원이 이기고 대구가 패할 경우, 자동 강등팀은 사실상 확정된다. 상주 상무와 플레이오프를 치를 팀을 가리는 것만 남게 된다. 그러나 3팀이 모두 패하거나 대구만 홀로 이긴다면, 강등 전쟁은 안개 형국으로 흘러간다. 운명의 원정길, 누가 웃고 누가 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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