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성남) 이상철 기자] 23일 오후 2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성남 일화-대구 FC전. 성남으로선 ‘일화’라는 간판을 걸고 치르는 마지막 홈경기였다. 창단 멤버이자 마지막 감독 등 성남 역사의 산증인 안익수 감독으로선 기분이 참 묘했다.
콧등이 뜨겁지만은 못했다. 감성보다 이성적이어야 했다. 시민구단 전환 작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걱정거리는 더욱 커졌다.
경기 전 만난 안익수 감독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지만 꽤나 수척했다. 착잡한 심정을 감추기 어려웠다. 3시간여밖에 자지 못했다는 안익수 감독은 고충을 토로했다.
성남 일화의 마지막 홈경기를 이끄는 안익수 감독. 의미있는 경기이지만, 시민구단 전환 문제로 안익수 감독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사진(성남)=한희재 기자 |
성남시는 지난 10월 2일 성남 축구단 인수를 결정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오랜 시간 논쟁, 대립, 갈등이 있었다. 이제는 정리할 때가 된 것 같다. 시민의 뜻을 담아 성남 축구단을 성남시가 인수하겠다. 성남 시민구단으로 재창단하겠다”고 공표했다.
잘 흘러갈 것 같던 시민구단 전환은 ‘암초’를 만났다. 성남시의회가 시민구단 지원 조례안에 대해 심사 보류시킨 것. 본회의가 내달 20일인 걸 고려하면 사실상 시민구단 창단을 반대한 것이다. 정치적인 논리에 따른 정당싸움으로 번지면서 성남의 시민구단화는 표류되고 있다.
할 일이 잘 진행됐다고 여기던 안익수 감독으로서도 머릿속이 복잡하다. 안익수 감독은 “요즘 기대와 걱정이 교차되고 있다. 시의회 보류 결정 이후 걱정이 많아 잠도 제대로 못자고 있다”라며 “힘들 때 책을 보는데,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단어가 떠오르더라. 사회적 지위를 가진 자가 사회적 특수성을 반영해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사회에 이로운 일을 해야 한다”라며 안타까워
한편, 안익수 감독은 징계로 이날 경기까지 벤치에 앉을 수 없다. 마지막 홈경기이기에 아쉽지 않냐고 물으니, 더욱 의미있는 답변을 했다. 안익수 감독은 “물론 아쉽다. 그렇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끊임없이 성원해준 팬들 곁에서 같이 경기를 지켜본다는 건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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