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성남) 이상철 기자] 프로축구 성남 일화가 안방에서 23일 마지막 인사를 했다. 2013시즌 마지막 홈경기였지만, 이제 다음은 없다. 2014시즌이 열려도 성남 일화의 홈경기는 열리지 않는다.
성남 선수단이나 성남과 연이 있는 사람들에겐 매우 각별한 경기였다. 작별의 시간이었다. 마지막 안녕을 고하는 자리였다.
게다가 앞날이 불투명한 가운데 치른 경기였다. 성남시는 시민구단 전환 및 재창단을 추진했지만, 최근 난관에 봉착했다. 성남시의회가 지난 21일 문화복지위원회 회의에서 시민프로축구단 지원 조례안에 대해 심사 보류시킨 것.
성남 일화는 23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대구전을 끝으로 홈팬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이기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하며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사진(성남)=한희재 기자 |
그 불투명한 미래 속에서 안익수 성남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을 모아 주문을 했다. 간단했다.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안익수 감독은 “오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도록 하자. 나를 버리고 성남과 팀을 위해 헌신하자”라고 강조했다.
실상 승리는 크게 중요치 않다. 성남은 이미 K리그 클래식 잔류가 확정됐다. 하지만 시즌 17번째 승리를 꼭 작별 선물로 안기고 싶었다.
경기장은 썰렁했다. 마지막 홈경기라는 걸 고려해 무료 개방했지만 2615명만이 탄천종합운동장을 찾았다.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남 선수들은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대구 FC의 수비벽을 헤치고자 노력했다. 갈 길이 급한 건 대구였지만, 경기를 주도하고 이기고자 하는 목표가 더 강했던 성남이다.
그러나 끝내 대구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후반 15분, 19분, 26분 등 3번의 득점 기회가 있었지만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잘 때린 슈팅이 상대 골키퍼 선방에 번번이 막혔다. 성남으로선 불운했다. 진한 아쉬움 속에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결과는 불만족스럽다. 그렇지만 2165명의 팬들에게 최선을 다하면서 성남 프로축구단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아름다운 갈무리를 선보였다. 경기 종료 후 그라운드 가운데에 서서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라는 현수막과 함께 큰절로 마지막 인사를 건넨 성남 선수단의 마지막 모습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