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임성일 기자] 불행은 겹쳐서 온다는 말이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려면 이렇게 엉키는가 싶을 정도다. 대한민국 최고의 골키퍼로 명성을 떨치던 정성룡이 좀처럼 어둔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2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울산의 경기는 관전 포인트가 많았던 경기다. 자력 우승까지 승점 5점이 필요한 울산은 챔피언 등극을 위해, 4위 서울과 8점차 5위에 머물고 있는 수원은 ACL 진출이라는 희망을 이어가기 위해 꼭 승리가 필요했다. 만약 울산이 이긴다면, 올 시즌 우승은 마지막 라운드까지 가지 않고 주중 경기에서 가려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양 팀의 운명과 리그 전체의 향방이 결정될 수도 있는 빅매치였다.
후배이자 라이벌 김승규 앞에서 명예회복을 노렸던 정성룡이 또 고개를 숙였다. 수비의 도움이 너무 없었다.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 정성룡이다. 사진= MK스포츠 DB |
때문에 울산전은 명예 회복과 결여된 자신감을 되찾기 위한 중요한 무대였다. 마침 상대 울산의 골문 앞에는 대표팀에서 경쟁하는 후배 김승규가 장갑을 끼고 있었다. 자존심까지 걸린 승부였다. 이 중요한 승부에서 정성룡은 또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실수라기보다는 앞선 수비들의 도움이 너무 없었다. 불운했다.
전반 16분 오른쪽 측면에서 이용이 올린 크로스를 김승용이 정확하게 헤딩 패스를 연결했으며 이를 공격에 가담한 왼쪽풀백 강민수가 또 다시 헤딩으로 슈팅하면서 골망을 갈랐다. 정성룡으로서는 도리가 없었다. 강민수를 마크하는 수비가 전혀 없었다. 아무도 마크하지 않고 있던 강민수가 편하게 시도한 슈팅을 막기는 어려웠다.
전반 추가시간에 나온 김성환의 추가골도 수비의 허술함을 지적해야했던 장면이다. 김성환과 하피냐의 2대1 월 패스에 수비라인이 한 번에 무너진 게 화근이다. 페널티에어리어 안 왼쪽에서 공을 잡은 김성환은 앞으로 나온 정성룡을 살짝 넘기는 감각적인 슈팅으로 추가득점을 올렸다. 수비가 앞 선에서 끊어줬다면, 이라는 아쉬움이 남을 법한 장면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성룡의 구겨진 체면이 펴지는 것은 아니다. 김성환의 슈팅이 감각적이었으나 하필 비슷한 장면에서 김승규는 멋진 선방을 보여줬다. 김승규는 전반 10분 산토스와의 일대일 찬스에서 정확한 위치선정으로 결정적인 실점을 막아냈다. 적절하게 앞으로 나왔고 빠르게 반응해 반대편 포스트를 노리던 낮은 슈팅을 손끝으로 방어했다. 그 그림이 머리에 남아 있을 정성룡으로서는 더 씁쓸했던 장면이다.
2개의 실점을 모두 정성룡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언급했듯 이날 수원의 수비는 허술했다. 특히 곽희주와 민상기 센터백 콤비는 여러 번 엇박자를 냈다. 반드시 이겨야한다는 생각에 미드필더들과 측면수비수들이 공격 지향적으로 나가 거름종이 역할을 하
하지만, 결국 골문 앞에 있는 사람은 정성룡이다. 김승규 앞에서 와신상담했던 무대였는데 일이 꼬이고 엉켰다. 1-2 패배와 함께 정성룡의 명예회복은 실패로 끝났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정성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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