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임성일 기자]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부산아이파크의 경기는 다소 긴장감이 떨어지는 만남이었다. 전날 수원이 울산에게 1-2로 패하면서 서울은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다음 시즌 ACL 진출권을 확보했다. 때문에 뛰는 선수들이나 보는 이들이나 다소 맥이 빠지는 매치업이었다.
하지만 최용수 서울 감독은 “전체적으로는 그럴 수 있으나 속을 살피면 요소요소 관전 포인트가 많다. 특히, 데얀은 분명 득점왕 욕심이 날 것이다. 나도 공격수 출신이라서 그런지 관심이 크다”면서 “오늘 데얀이 골을 터뜨려준다면, 득점왕 경쟁은 끝까지 치열할 것”이라는 견해를 전했다.
멋진 선수이자 멋진 남자 데얀이 감동적인 세리머니를 펼쳤다. 2골을 추가하며 17호를 기록한 데얀과 김신욱의 득점왕 레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진(상암)= 김재현 기자 |
4골 차로 좁혀진 가운데 데얀은 3경기를 남겨뒀고 김신욱은 2경기뿐이다. 최용수 감독의 말처럼, 부산전에서 격차를 줄인다면 사상 초유의 득점왕 3연패도 불가능은 아닌 상황이었다. 그 시나리오를 데얀이 직접 써내려갔다.
역시 골잡이었다. 데얀은 전반 25분 좁은 공간에서 에스쿠데로와 원투 패스로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까지 접근한 데얀은 지체 없이 오른발 아웃프런트 킥으로 슈팅을 시도해 부산 골문을 열었다. 수비수들이 근접해 있던 상황이었고, 편한 슈팅 자세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멋진 골을 만들어냈다. 스스로 만든 작품이다. 데얀이라는 선수의 레벨을 입증하는 골이었다.
멋진 선수 데얀은 골을 성공시킨 후 멋진 남자로 변했다. 골을 넣은 직후 데얀은 별다른 세리머니 없이 벤치 쪽으로 달려가 몰리나를 끌어안고 기쁨을 나누는 동시에 안부를 물었다. 몰리나는 이날 경기 시작 2분 만에 상대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흔히 발생하는 충돌로 여겨졌으나, 상황은 심각했다. 이때 가장 빨리 대처한 이가 데얀이다.
데얀은 가장 먼저 몰리나에게 뛰어간 뒤 경기장 벤치 쪽으로 위급한 사인을 보냈고 이후 모든 선수들과 구단 의무팀이 출동해 응급조치를 취했다. 구급차까지 경기장 안으로 들어와 최악의 상황에 대비했다. 다행히 4분 뒤, 몰리나는 의식을 회복했다. 데얀의 빠른 판단이 큰 화를 면하게 했다.
결국 데얀의 세리머니는 ‘데몰리션 콤비’라 불리는 파트너 몰리나의 무탈을 바라는 기원이었다. 의식을 되찾은 뒤 벤치에서 동료들의 선전을 기원하던 몰리나는 데얀을 비롯해 차례로 다가온 동료들과 포옹을 나누면서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멋진 선수이자 멋진 남자 데얀의 감동적인 세리머니였다. 데얀의 활약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반 들어 서울은 소위 ‘데얀 득점왕 만들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모든 선수들이 데얀에게 찬스를 만들어주고자 애썼다. 쉽진 않았다. 데얀에게 견제가 집중됐다. 하지만 결국은 데얀이 골을 터뜨렸다. 후반 34분 자신이 윤일록에게 연결한 날카로운 전진패스가 박스 안에서 파울을 유도하면서 P
2경기에서 5골을 폭발시킨 데얀은 시즌 17호골로 김신욱과의 격차를 2골로 좁혔다. 이제 남은 경기는 2경기. 멋진 동료들과 함께 하는 데얀의 득점왕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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