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팀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서울 삼성이 요즘 말로 ‘안구정화’ 됐다. 김승현이 팀을 한 단계 올려놨다. 수비 농구로 8연패 위기를 벗어난 삼성이 공격 농구로 탈바꿈했다. 잠실실내체육관의 탄성이 끊이지 않는 눈이 즐거운 경기였다.
삼성은 6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와의 홈 경기에서 87-65로 완승을 거뒀다. 2연승을 달린 삼성은 최근 11경기서 9승2패를 기록하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삼성은 10승11패를 기록해 5할 승률을 눈앞에 뒀다.
삼성은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으로 오리온스를 압도했다. 조직력은 척척 맞아 돌아갔고, 던지는 슛마다 림을 통과했다. 1, 3쿼터와 2, 4쿼터의 색깔이 달랐다. 김승현이 있고 없고 차이였다. 이정석이 뛸 때는 수비 농구로, 김승현이 코트에 나서면 공격 농구로 바뀌었다. 두 가지 색을 한 경기에서 볼 수 있는 팬서비스에 가까웠다.
1쿼터는 이동준이 지배했다. 정확한 중거리슛과 골밑 훅슛으로 8득점을 했다. 임동섭의 3점포와 마이클 더니건의 화끈한 투핸드 덩크슛은 덤이었다. 오리온스도 리온 윌리엄스의 깔끔한 중거리슛과 전정규의 3점포로 맞서 19-19로 대등한 경기를 했다.
2쿼터부터 승부의 추가 삼성으로 기울었다. 김승현이 코트에 나선 이후부터였다. 클래스가 달랐다. 김승현은 작은 거인이었다. 코트를 지배했다. 2점 3어시스트를 기록했을 뿐이었지만, 삼성의 공격 농구는 날개를 달았다.
삼성은 한 박자 빠른 템포의 패스가 톱니바퀴처럼 이어졌고,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김승현의 감각적인 패스가 틈만 나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패스에 일가견이 있는 제스퍼 존슨조차 허를 찌르는 김승현의 앨리웁 패스를 받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을 정도였다. 존슨이 2쿼터에만 11점을 몰아넣은 삼성은 44-33으로 전반을 마쳤다.
다시 3쿼터. 김승현이 벤치로 물러나고 이정석이 나섰다. 수비로 오리온스를 ‘멘붕’ 상태에 빠뜨렸다. 속공이 멈추지 않고 쏟아졌다. 이정석이 중심에 섰다. 3쿼터에만 어시스트 6개를 배달했다. 삼성은 쇼타임 농구를 선보였다.
더니건이 이정석의 패스를 받아 앨리웁 덩크를 폭발시켰고, 이동준도 투핸드 덩크슛으로 오리온스의 기를 죽였다. 이정석의 쐐기 3점포까지 터지며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왔다. 3쿼터를 마쳤을 때 스코어는 69-44. 삼성이 무려 25점차로 앞섰다. 오리온스는 어이없는 실책을 연발하며 자멸했다. 3쿼터에만 10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사실상 승부가 갈린 4쿼터. 김승현이 코트를 밟았다. 김승현의 패스는 자를 잰 것처럼 정확했다. 차재영과 존슨에게 두 차례 그림 같은 패스를 연결했다. 하지만 득점이 불발되면서 어시스트로 기록되진 않았다. 식스맨으로 나선 이관희도 화려한 개인기로 공격 농구에 불을 붙였다. 김승현은 경기 막판까지 팀을 조율하며
삼성은 이동준이 24점 3리바운드 5스틸로 맹활약했고, 존슨(17점 12리바운드) 더니건(10점 6리바운드) 이정석(7점 8어시스트)이 팀 승리를 이끌었다. 김승현은 4점 3어시스트를 기록했으나 보이지 않는 시너지 효과는 엄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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