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리버풀 FC 간판스타 스티븐 제라드(35·잉글랜드)가 팀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국영방송 BBC는 2일(이하 한국시간) “리버풀 주장 제라드가 2014-15시즌 계약 종료와 함께 클럽을 떠난다”고 보도했다. 제라드는 리버풀과 오는 6월 30일까지 계약이 되어 있다.
제라드는 한창 시절에는 중앙 미드필더가 주 위치였고 공격형 미드필더나 처진 공격수로 뛰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의 무게를 그도 이길 수 없었다. 중앙 미드필더에게 요구되는 왕성한 체력과 활동량 그리고 단거리 질주를 수시로 해야 하는 민첩함 및 기동성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이러한 한계를 제라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가며 극복했다. 4백 앞에서 풍부한 경험과 태클로 방파제 역할을 하면서 이전부터 정평이 났던 중장거리 킥과 시야를 활용하여 공격 전개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2013-14시즌 39경기 14골 16도움으로 리버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준우승에 큰 힘이 됐다.
↑ 리버풀 주장 제라드(8번)가 바젤과의 챔피언스리그 홈경기로 16강 진출 좌절이 확정되자 낙담한 조던 헨더슨(왼쪽)을 위로해주고 있다. 사진(잉글랜드 리버풀)=AFPBBNews=News1 |
수비진 바로 앞에서 소위 말하는 ‘후방 플레이메이커’ 임무를 수행한다고 해도 EPL이나 월드컵처럼 경기 수준이 높고 공수 전환 속도가 빠르면 일정 수준 이상의 기동력이 요구된다. ‘몸이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 제라드의 지난 시즌 막판 잇단 실책은 빅리그 선수로 신체적인 한계에 직면했다는 신호였다.
물론 2014-15시즌 리버풀 부진은 핵심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28·FC 바르셀로나)의 이적 공백이 크다. 그러나 주장이자 중원 사령관인 제라드의 완연한 기량저하도 상당하다. 이번 시즌 제라드가 선발로 나온 23경기에서 리버풀은 8승 6무 9패로 승률이 34.8%에 불과하다.
제라드가 교체 출전했거나 결장한 2014-15시즌 6경기에서 리버풀은 3승 2무 1패로 승률 50%다. 아무리 ‘리버풀 그 자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선수라고 해도 구단 입장에서는 재계약이나 계약연장을 고민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유소년팀에 입단한 1987년을 시작으로 리버풀에서만 선수생활 중인 제라드. 이제 선수와 구단, 팬 모두가 ‘아름다운 이별’로 좋은 추억만 간직할 때가 왔다. 물론 남은 시즌 제라드의 ‘마지막 불꽃’도 기대할만하다.
↑ 리버풀 주장 제라드가 바젤과의 챔피언스리그 홈경기에서 동점 골을 넣자 관중들이 열광하고 있다. 사진(잉글랜드 리버풀)=AFPBBNews=News1 |
리버풀 소속으로는 2005년 ‘유럽축구연맹(UEFA) 올해의 클럽 축구선수’가 가장 영예로운 개인수상이다.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가 2006년 선정한 ‘올해의 선수’와 2009년 ‘잉글랜드축구기자단 투표 올해의 선수’라는 영광도 누렸다. PFA가 실시하는 팬 투표에서는 2001·2009년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고 PFA가 발표하는 ‘EPL 올해
잉글랜드대표로는 2014 브라질월드컵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A매치 114경기 21골이다. 114경기는 잉글랜드 최다출전 3위이며 21골은 공동 18위이다. 리버풀 주장직을 2003년부터 수행하고 있으며 대표팀에서는 2010·2014 월드컵과 2012 유럽축구연맹선수권(유로 2012)에 주장으로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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