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글렌데일) 서민교 기자] “저기 55번 선수 누구죠?”
지난 3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LG 트윈스 스프링캠프. 류현진(28‧LA 다저스)의 에이전시인 스콧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한 관계자는 전지훈련 도중 류현진과 함께 몸을 풀고 있는 등번호 55번을 달고 있는 LG 선수를 지목했다.
그리고 던진 한 마디, “55번 투수 공 좋던데요? 체격도 상당히 좋고. 꼭 어렸을 때 류현진을 보는 것 같습니다. 류현진도 신인 때 몸이 저렇게 호리호리 했는데….”
단순한 립 서비스였을까. 하지만 이 관계자는 류현진이 LG 캠프에 합류한 뒤 2주 내내 류현진과 동행하며 LG 선수들의 훈련을 꾸준히 지켜본 장본인이었다.
↑ LA 다저스 투수 류현진이 지난 3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 있는 LG 트윈스 스프링캠프장에서 LG 신인투수 임지섭의 투구를 예리한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다. 사진(美 글렌데일)=옥영화 기자 |
그가 주목한 LG의 등번호 55번 선수는 원석에 가까운 좌완 임지섭(20)이다. 150㎞를 넘나드는 구속을 갖고 있는 좌완 파이어볼러다. 고교시절 이미 ‘좌완 괴물’로 불렸다.
임지섭은 지난해 1차지명으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시즌 개막 2연전에 깜짝 선발 등판을 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임지섭은 5이닝 1실점 호투로 선발승을 따내 2006년 류현진 이후 8년 만에 고졸 신인 투수가 데뷔전 선발승을 따낸 역대 4번째 선수로 기록에 남았다.
하지만 임지섭은 데뷔승 이후 더 이상의 인상을 남기지 못한 채 1군에서 종적을 감췄다. 양상문 감독 부임 이후 기본부터 새로 뜯어고치기 시작했기 때문. 2군에서는 류택현 2군 투수코치에게 1대1 과외 수업을 받았다. 무려 10개월에 걸친 장기 개인과외. 그 사이 임지섭은 빠른 속도로 달라져 있었다.
이번 캠프에서 임지섭은 가장 주목할 만한 유망주 투수로 꼽힌다. 임지섭을 지도했던 류택현 코치는 강상수 투수코치에게 인수인계를 하는 과정. 강 코치는 “임지섭은 제주고 시절 전문적이고 세밀한 지도를 받지 못했다. 거의 투구수 몇 개를 정한 뒤 그 수만큼 던지는 수준이었다”고 했다. 임지섭을 ‘원석’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전문적인 지도를 받기 시작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발전 속도를 내고 있다. 강 코치는 “정말 많이 달라졌다. 아마 올 시즌 재밌는 일이 벌어질 거다”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운 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임지섭이 5선발을 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임지섭에게 체인지업 그립을 전수하고 있는 류현진. 사진(美 글렌데일)=옥영화 기자 |
임지섭은 “류현진 선배님이 훈련을 할 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신다. 투구하는 방법이나 그립에 대한 조언을 해주신다. 오늘도 체인지업을 잡는 그립에 대해 말씀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협상의 귀재’로 불리는 보라스는 슈퍼 에이전트다. 그가 성사시킨 메이저리
하지만 이미 한국프로야구를 거친 메이저리그 진출 성공 사례를 써 나가고 있는 류현진의 모범사례가 있기 때문에 그의 닮은꼴인 임지섭에 대한 관심이 허투루 들리지만은 않는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