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장타왕'에 올랐던 버바 왓슨(미국)이 떨고 있다.
왓슨의 거리 쯤은 가볍게 비웃는 '뉴 페이스' 장타자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왓슨을 가장 위협하는 주인공은 24세의 브룩스 켑카(미국)다.
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 스코츠데일 TPC(파71·7216야드)에서 끝난 피닉스오픈에서 켑카는 왓슨을 1타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무식하게 멀리 보내는 능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선언한 셈이다.
오는 5월 만 25세가 되는 켑카는 최종일 경기에서 이글 1개, 버디 3개로 5언더파 66타의 맹타를 휘둘러 합계 15언더파 269타로 왓슨, 라이언 파머(미국),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를 1타차로 따돌리고 PGA 투어 첫승을 따냈다.
이날 켑카는 15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가장자리에 보낸 뒤 15m가 넘는 거리에서 이글을 잡아내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322야드의 17번홀(파4)에서는 3번 우드로 그린을 넘기는 가공할 드라이버샷을 과시하기도 했다. 왓슨도 이 홀에서 3번 우드로 그린에 약간 못 미치게 보냈으나 30m 거리에서 퍼터를 사용해 3번 만에 홀아웃하면서 역전 기회를 날려 버렸다.
켑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럽프로골프투어를 주무대로 하면서 미국 PGA투어는 스폰서 초청 자격으로 출전하는 고난의 행군을 했다. 2012년 프로에 입문한 그는 2012년과 2013년 유럽 2부격인 챌린지투어에서 4승을 거뒀고 작년 11월에는 유럽 정규투어인 터키항공오픈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번 피닉스오픈 우승이 벌써 프로 6승째인 셈이다.
켑카의 주무기는 장타다. 지난 해 유럽 장타 부문 4위(307야드)에 머물렀지만 2013년에는 평균 318.2야드를 쳐서 유럽 장타왕에 올랐다. 그해 왓슨은 PGA투어에서 303.7야드로 5위에 그쳤다. 멀리 보내는 것만 따지면 결코 왓슨에 밀리지 않는다.
올 시즌 초에는 켑카가 왓슨을 압도하고 있다. 2014~2015 시즌 왓슨의 드라이버샷 순위는 304.9야드로 13위에 불과하다. 반대로 켑카는 평균 315야드를 치면서 당당히 1위에 올라 있다.
이번 시즌 켑카의 성적은 '우월하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다. 세번 출전해 모두 '톱10'에 들었고, 그 중 한번을 우승으로 장식했다. 평균 스코어도 68.69타로 당당히 1위에 올라 있다.
이날만 8만 3352명 관람하고 일주일 동안 무려 56만 4368명이 다녀간 '그린 위의 빅쇼' 피닉스오픈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컷탈락으로 관심이
최경주(45·SK텔레콤)가 버디 5개와 보기 2개를 묶어 3타를 줄이면서 공동 22위(7언더파 277타)까지 순위를 끌어올렸고 '늦깎이 루키' 박성준(29)은 공동 30위(5언더파 279타)로 대회를 마쳤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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