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한국시간) 바하마의 파라다이스 아일랜드 골프장(파73·6644야드)에서 열린 퓨어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 최종일 4라운드 18번홀(파5·485야드).
지난 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서 공동 6위에 올라 올 시즌 '루키' 신분인 김세영(22·미래에셋)이 티박스에 올라섰다.
마지막 홀 버디에 힘입어 극적으로 연장전(합계 14언더파 278타)에 합류한 터라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자신의 시즌 두번째 대회이자 생애 첫 LPGA투어 연장전. 게다가 상대는 나비스코챔피언십 챔피언 유선영(29·JDX)과 지난해 유럽여자골프 Q스쿨 수석 합격자 아리야 주타누간(20·태국)으로 떨릴 법도 했다.
하지만 드라이버를 쥔 김세영은 심호흡을 한 뒤 평소처럼 부드럽게 장타를 날렸고 볼은 270야드 가량을 날아가 페어웨이 우측에 떨어졌다. 이번엔 도박을 걸어야 할 세컨샷. 유선영의 두번째샷은 그린 옆 벙커에, 주타누간은 벙커에 못미친 러프에 떨어졌다. 이어 3번 하이브리드로 친 김세영의 두번째샷은 해저드와 벙커를 피해 그린을 흐르더니 그린 우측 뒷편에 멈춰섰다. 기선제압에 성공한 것.
조급해진 탓일까, 주타누간의 세번째 러프샷은 그린을 굴러 핀에서 5m가량 떨어졌고 반대로 유선영의 러프샷은 오히려 짧아 4m가량을 남겨뒀다. 하지만 김세영의 이글퍼팅도 턱없이 짧아 홀에서 1.5m가량 앞에서 멈춰섰다.
상황은 순식간에 모두 버디퍼팅을 남긴 동률이 됐다.
그러나 가장 먼저 주타누간의 버디퍼트가 홀을 지나가며 실패, 이어진 유선영의 버디퍼팅은 홀컵을 스치듯 지나갔다. 연장전 승부에 오기 전 18번홀에서 1.5m 버디를 성공시켰던 김세영은 과감하게 버디 퍼팅을 했고 볼은 홀 속으로 사라졌다. '루키' 김세영이 LPGA투어 시즌 두번째 대회만에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이다. 주먹을 불끈 쥔 김세영은 눈을 감고 온 몸으로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앞서 열린 시즌 개막전 코츠챔피언십에서 컷탈락을 당했던 서러움을 한방에 날린 김세영은 우승상금 19만5000달러를 받아 기쁨이 배가됐다.
물론 화려한 우승 스토리 뒤에는 '위기 극복'도 빼놓을 수 없다. 바로 16번홀(파4). 김세영의 두번째샷이 그린 뒤쪽 젖은 수풀속으로 들어갔다. 신중하게 어드레스를 했다 풀었다를 반복한 김세영은 볼을 높이 쳐냈고 1.5m에 붙이며 극적으로 파를 잡아냈다. 사실상 김세영 첫 승을 이끈 순간이다. 자신감을 찾은 김세영은 기세를 이어 18번홀에서도 버디를 집어넣으며 기다리고 있던 유선영·주타누간과 연장승부에 돌입할 수 있었다. 최나연(28·SK텔레콤)의 개막전 우승에 이어 한국선수들은 '개막 2연승'에 성공하며 막강
공동선두로 출발한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1타를 줄이는데 그쳐 합계 12언더파 280타로 공동 5위에 머물렀다. 세계랭킹 1위 탈환에는 실패했지만 LPGA투어 통산 9번째이자 한국선수로는 박세리에 이어 두번째로 통산 상금 1000만달러 돌파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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