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팀순위에도 명당이 있을까. 새해의 ‘좋은 예감’을 가능하게 하는 풍수 좋은 전년도 순위는 어디쯤일까.
8개 구단 이상이 단일리그를 치른 20시즌의 팀순위 표를 전년도 순위의 한해 뒤 성적으로 재구성해봤다. 역시 가장 기분 좋은 자리는 1위다.
1위 못지않게 좋은 자리는 4위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음해의 ‘가을축제’ 가능성을 활짝 열어주는 최고의 명당임을 뽐낸다. 전년도 4위팀들은 20시즌 중 13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전년도 1위팀에 버금가는 실적을 올렸다.
특히 1998년 이전의 성적은 깜짝 놀랄 만큼 좋았다. 차년도 7시즌 중 3차례 우승을 휩쓸면서 평균 순위 2.71위의 빼어난 전과를 올렸다. 4위는 ‘최후의 한 장’ 싸움에서 승리하면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자리다. ‘할일은 했다’는 마지막 성취감은 뿌듯하게 안겨주면서 더 높은 곳을 향한 의지도 단단하게 채워줬다.
이렇게 좋은 자리와 이상하게 궁합이 나빴던 팀은 한화와 KIA다.
전년도 4위팀이 7위로 미끄러진 두 시즌은 모두 한화였고(1997년, 2002년), 최하위로 곤두박질한 두 시즌은 오로지 KIA였다.(2005년, 2007년)
이 두팀을 빼면 대체로 4위 자리의 좋은 기운을 누렸다. 나머지 4위팀들은 다음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횟수도 8차례로 1위팀(9차례)과 비슷했고, 다음해 5위 밑으로 떨어져 본 적이 없다.
4위와 대조적인 풍수는 한 끗 차이인 5위다. ‘최후의 한 장’ 싸움에서 아깝게 패하는 자리인 5위는 허탈감이 만만찮았다. 다음해 한 번도 우승해 본 적이 없고, 평균 순위는 6, 7위보다도 나빴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옛 말씀은 과연 틀리지 않는다. 전년도 3강팀이 다음해 최하위로 추락한 사례는 전무에 가깝다. ‘완벽한 기록’을 방해한 단 한 번의 예외는 ‘다이내믹’ 베어스가 냈다.
두산은 OB시절이던 1995시즌을 우승한 뒤, 이듬해인 1996년 3할대 승률의 최하위 팀으로 뚝 떨어졌다. 1994시즌은 7위 팀이었던 것이 더 놀랍다. 7위→1위→8위로 팬들을 울리고 웃긴 베어스의 ‘롤러코스터’ 3년 레이스는 이래저래 기록적이다. 1994년의 7위는 우승팀의 전년도 순위 중 최하위 기록이고, 1996년의 8위는 전년도 ‘빅3’의 유일한 최하위 추락이다.
재미있는 것은 전년도 팀순위의 다음해 성적이 1998년 이전과 2001년 이후, 뚜렷하게 달라진 점이다.(1999~2000시즌은 양대리그)
최하위 자리가 진짜 우울해진 것은 롯데가 2001시즌부터 4년 연속 꼴찌를 기록한 이후다. KIA, LG의 ‘암흑기’와 한화의 고통이 이어지면서 전년도 하위권의 장기침체 경향이 깊어졌다.
반면 2003~2004년 연속 우승한 현대에 이어 삼성 SK 등이 상위권에 자리를 깔기 시작하면서 1, 2위 자리는 거세게 힘을 받기 시작했다. ‘올라갈 팀은 올라가고,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야구팬들의 믿음은 최근 10년의 진리인 셈이다.
리그는 끊임없이 팀 전력 평준화에 힘을 써왔지만, 구단의 역사가 쌓이고 스타선수들의 전성기 연장이 진행되는 등 여러 요인으로 구단 간 전력 차는 오히려 실체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팀간 장기 육성 전략의 성패도 뚜렷한 차이를 내고 있다는 평. 10개 구단으로 확대되면서 선수 풀이 빡빡해진 것도 기존 강팀들의 ‘한 발짝’ 앞선 자리를 더욱 견고하게 보이게 한다.
↑ 최근 4년간 통합 4연패를 달성한 삼성은 전년도 챔프팀의 위용을 공고하게 만들었다. 사진=MK스포츠 DB |
중위권의 가장 ‘거친 자리’ 5위는 SK였다. ‘문단속’에 알차게 성공
설 연휴에 재미삼아 보는 신년운세 같은 통계다. 원래 운세란 좋을 때 믿는다. 나쁘면 미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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