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수원 삼성이 대한민국 K리그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렇지만 마냥 웃지 못했다. 일본 J리그는 더 울상이다. 1승도 없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을 마친 가운데 한일 양국은 고개를 숙였다. 과거와는 다른 ‘더딘’ 출발이다.
K리그는 아시아 최강으로 꼽힌다. 인프라 등을 떠나 순수하게 경기력에 빗댄 것이다. 통산 10회로 최다 우승을 자랑한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연속 결승 진출팀을 배출하기까지 했다.
J리그도 2007년과 2008년 아시아를 제패했다. 즉, 2007년 이후 AFC 챔피언스리그의 우승은 K리그와 J리그 팀이 대부분이었다.
AFC는 2009년부터 AFC 챔피언스리그의 문호를 확대했다. 각국 리그당 최대 4개 팀이 출전할 수 있다. 그 제도가 시행한 이후 해마다 빠짐없이 4개 팀이 본선 무대에 오른 건 K리그와 J리그 밖에 없었다. 그만큼 단골손님이었다.
↑ K리그와 J리그는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에서 합계 1승 2무 5패를 기록했다. 참가팀이 확대된 2009년 대회 이후 가장 부진했던 출발이다. 사진=정일구 기자 |
J리그는 더욱 최악이다. 어느 때보다 당근책을 제시하며 아시아 클럽 대항전에서 선전을 다짐했건만, 1무 3패로 초라하다. 전북의 공세를 힘겹게 막아낸 가시와만이 유일하게 패하지 않았다. 3관왕을 달성한 감바 오사카는 물론 우라와, 가시마 앤틀러스가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 특히, 홈에서 절대 강세를 자랑하던 감바와 가시마는 안방에서 충격패를 했다.
동아시아지역에는 K리그와 J리그를 비롯해 총 6개국 리그 팀이 버티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성적을 거둔 건 중국 슈퍼리그였다. 광저우 헝다, 산둥 루넝, 베이징 궈안, 광저우 푸리 등 4개 팀이 모두 승전보를 울렸다. 호주 A리그가 1승 1패를, 태국 프리미어리그가 1승을, 베트남 V리그가 1패를 기록했다. 태국의 부리람 유나이티드는 성남을 홈으로 불러들여 2-1로 승리했고, 베트남의 빈즈엉은 비록 패했지만 산둥을 상대로 접전(2-3)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이 가운데 K리그와 J리그의 동반 부진은 눈길을 끈다. 한일 맞대결이 아닌 경기에서 모두 패배의 쓰라림을 겪었다. 더 이상 ‘무적’의 팀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2009년 이후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첫 경기 중 최악의 성적표다. K리그가 승률 50%를 넘지 못한 적이 없었으며, J리그 또한 무승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경악스러운 결과물이다.
이제 뚜껑을 열고 한 경기를 했다. 설레발일 수 있다. K리그와 J리그는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이 시즌 첫 공식 경기였다. A리그, V리그, 프리미어리그는 시즌이 한창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오프시즌 준비를 열심히 했지만 아직 완벽한 팀으로 다듬어지지 않았다. 선수들의 컨디션도 100%가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면 달라질 수 있다. 긍정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심각한 것도 사실이다. J리그는 굴욕을 맛봤다. K리그도 고전한 게 사실이다. 예년의 압도와는 거리가 있다. 특히, 다른 리그의 폭발적인 성장이 컸다. 슈퍼리그를 필두로 프리미어리그는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V리그 최강인 빈즈엉 또한 자국 내에서 막대한 자금을 쓰고 있다.
긴축 재정 모드에 들어가 이적시장에서 위축된 K리그 및 J리그와는 다른 모양새다. 이 가운데 우수선수의 해외 진출도 전력 약화를 불러일으켰다. 페트로비치 우라와 감독의 이 같은 발언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새로운 시즌에 따른 예열 부족보다 아시아의 상향평준화가 더 크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AFC 챔피언스리그 판도는 또 다시 바뀔 것이다.
일시적인 것일까. 아니면 예고편일까. 분명 첫 번째 판은 아쉬움이 더 컸다. 또한, 위기의식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일주일 뒤 두 번째 판이 펼쳐진다. K리그와 J리그는 자존심을 회복할까. 아니면 그건 시작에 불과할까.
※2009년 이후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한일 성적
2009년 : K리그 2승 1무 1패 | J리그 3승 1패
2010년 : K리그 2승 1무
2011년 : K리그 2승 1무 1패 | J리그 2승 1무 1패
2012년 : K리그 2승 1무 1패 | J리그 1승 1무 2패
2013년 : K리그 1승 3무 | J리그 1승 1무 2패
2014년 : K리그 3승 1무 | J리그 1승 2무 1패
2015년 : K리그 1승 1무 2패 | J리그 1무 3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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