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울산) 서민교 기자] “관중이 2000명도 안 될 것 같다.”
구본근 울산 모비스 운영과장은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마친 뒤 발로 쉴 새 없이 뛰어다녔다. 현역 시절 이후 땀을 흠뻑 흘릴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울산 지역 내 관공서 및 초‧중‧고교를 돌아다니며 관중 유치를 하기 위해서다.
단체 무료 티켓을 배부한다고 해도 돌아온 냉랭한 답변에 헛걸음만 했다. 구 운영과장은 “직장인들은 일단 오기 힘든 시간”이라며 “교육청에 갔더니 중‧고등학생들은 방과 후 수업이나 학원을 가야해서 어렵고, 초등학생들이 가능한데 오후 5시에는 부모가 동반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혀를 찼다. 이어 구 운영과장은 “관중이 2000명도 안 될 것 같다”고 속상해 했다.
↑ 울산 모비스와 원주 동부의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성난 울산 농구팬들이 KBL을 비판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울산)=서민교 기자 |
구 운영과장이 다시 뛴 이유는 31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리는 챔프 2차전이 평일 오후 5시에 열리기 때문. 오후 7시 예정이었던 경기 시간이 중계 방송사 사정에 의해 오후 5시로 갑자기 변경됐다. TV중계도 현장에서 볼 수도 없는 난감한 시간대다.
챔프전 현장 직관을 기다리던 울산 홈 팬들은 잔뜩 화가 났다. 1차전에서는 성난 모비스 골수팬들이 KBL을 비판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준비해온 현수막에는 ‘더 이상은 못 참겠다. KBL의 무능 행정’, ‘먹고살기 바쁜 평일 5시가 웬말이냐’, ‘소통 없는 독재정치 김영기는 물러나라’ 등 수위 높은 문구를 새겨 팬심을 저버린 KBL을 성토했다. 현수막을 뺏으려는 KBL 관계자와 팬이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팬이 허리에 부상을 당해 입원을 하는 소동까지 일어났다.
그러나 KBL은 방송 중계사의 사정에 대한 핑계만 댄 채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2차전을 앞둔 챔프 2차전 티켓 예매 현황은 1250장. 프로농구 출범 이후 역대 챔프전 평일 최소 관중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프로농구 역대 챔프전 평일 최소 관중은 프로 원년인 1997년 4월29일(화요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한편 김영기 KBL 총재는 챔프 1차전에 이어 2차전에도 현장을 찾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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