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강대호 기자] 존경하는 선배 차두리(서울)의 국가대표 은퇴경기에서 골을 선물하겠다던 손흥민(레버쿠젠)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페널티킥 키커로 나섰지만 실축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시쳇말로 멘붕이었다.
손흥민은 31일 뉴질랜드전을 마치고 가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해 죄송하다”라면서 “경기 내내 계속 실축 생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손흥민은 전반 39분 한교원(전북)이 페널티킥을 얻자 키커로 나섰다. 기성용(스완지 시티)이 아닌 손흥민이 직접 나설 정도로 어느 때보다 골 욕심이 컸다. 차두리도 느낌이 웬지 좋지 않았는데, 손흥민의 슈팅은 뉴질랜드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 손흥민(7번)이 뉴질랜드와의 홈 평가전에서 페널티킥 실패 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상암)=김영구 기자 |
그래도 이대로면 죄인이 될 법했다. 뉴질랜드전 승리로 차두리의 국가대표 은퇴경기를 축제로 만들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듯 했다. 손흥민은 이후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후반 19분 이재성(전북)과 교체 아웃됐다.
속타는 손흥민을 달래준 건 이재성이었다. 이재성은 후반 41분 김보경(위건)의 슈팅이 골키퍼에 막힌 걸 재차 차 넣으며 1-0 승리로 이끌었다. 그제야 손흥민도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손흥민은 “이재성이 내가 망친 경기를 살렸다. 정말 고맙고 대견하다”라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손흥민은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아시안컵에서 3골을 넣으며 한국의 준우승에 기여했다. 그러나 아시안컵 이후 치른 2경기에서 침묵했다.
손흥민은 “내가 부진하면 주변에서 ‘클럽과 대표팀을 오가면서 체력이 고갈됐기 때문’이라고 옹호한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 핑계만 댈 수는 없다. 못하면 비판받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격수는 골을 넣으면 칭찬받고 무득점이면 비판을 받는다. 잘 알고 있다. 다만 이것 하나만은 알아줬으면 한다. 출전시간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그라운드에 발을 딛는 순간 선수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는다. 좋게 봐줬으면 한
오는 6월 11일부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이 시작된다. 손흥민은 “다음 국가대표 소집은 월드컵 예선이다. 유럽파 모두가 부상 없이 시즌을 마쳐야 한다. 그때는 시즌이 한창인 K리거의 경기력이 더 좋을 것이다. 3개월 뒤에는 팀이 더 잘했으면 좋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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