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누구는 너무 못 보는데, 누구는 좀 지겹다?’
아직 한 차례도 서로 만나지 못한 팀들이 수두룩하지만, 개막 3주차인 14일 이제 팀들은 두 번째 만남을 시작한다.
지난 5일 시즌 3차전을 치렀던 넥센-SK가 헤어진 지 채 열흘이 못돼 14일 ‘초스피드 재상봉’하는 것을 비롯, 다음주(14일~19일) 예정된 KBO 절반의 경기가 ‘리턴매치’다.
매 시즌 일정이 발표되면, 개막 한달반의 매치업으로 각팀간 은근한 희비가 갈린다.
빨리 만나는 팀과 늦게 만나는 팀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그러나 ‘대진운’을 따지는 이유는 자주 만나는 팀과 오래 못 만나는 팀이 갈리기 때문이다. 이 불균형한 매치업은 아직 팀들의 상승세, 하락세가 뚜렷이 갈리기 전인 시즌 초반의 ‘자리잡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12경기 만에 창단 첫 승을 신고한 kt는 17일부터 ‘빅4’팀들과의 ‘리턴매치’로 남은 4월 일정이 꽉 채워져 있다. 사진(목동)=김재현 기자 |
전력도 최고인데 왠지 운도 좋아 보이는 삼성. 늘 경외와 시샘을 받는 ‘통합 4연패’ 챔프팀이 개막 첫 달 만나지 않는 두 팀은 두산과 넥센이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지난해 삼성이 가장 나쁜 상대전적을 기록했던 1, 2위팀. 삼성은 지난해 두산에 6승10패하며 유일하게 열세였고, 한국시리즈 파트너였던 넥센에는 8승1무7패했다.
삼성은 kt, 롯데, LG를 두번씩 만난 이후인 다음달 1일에야 두산을 처음 만나고, 넥센과는 다음달 5일이 첫판이다. 반면 삼성이 가장 빨리 ‘또 만나는’ 팀은 17일의 kt다.
▶kt가 첫 달 두번씩 만나는 팀은?
‘10구단’ kt의 첫 시즌은 험난하다. 무려 11연패를 견딘 11일에야 창단 첫 승을 신고했다. 지금 리그에 만만한 ‘형님’ 팀은 없지만, 4월의 남은 절반은 kt에게 조금 더 가혹한 일정이다.
kt가 17일부터 차례로 만나는 ‘이른 재회’의 4팀은 삼성 SK 넥센 두산이다. 안타깝게도 시즌 개막전 가장 평가가 높았던 올해의 예상 강팀 ‘빅4’다.
이들과 두번씩 붙은 이후인 다음달에야 kt는 NC 한화 LG를 처음 만날 수 있다.
‘신입 길들이기’도 아닌데, 우연찮게도 ‘9구단’ NC 역시 2년전 힘겨운 대진운을 겪었었다. NC는 1군 첫 해였던 2013시즌, 4월과 6월, 7월에 ‘쉬다 온’ 삼성만 세 차례 만났다. 홀수팀 리그로 ‘퐁당 휴식일’이 있었던 시즌, 마운드의 힘을 비축한 ‘휴식기 직후 강팀’은 아무래도 꺼려지던 때였다.
▶‘3일혈투’ LG-한화 11일만에 또 만나
이번주초 사흘내내 징글징글한 ‘8회 이후 1점차 승부’를 벌였던 LG-한화는 헤어진 지가 엊그젠데 오는 21일 또 만난다.
LG는 올해 첫 달이 조금 꼬였다. 가장 빨리 재회하는 두 팀이 KIA(14일)와 한화(21일)인데, 하필 첫 만남서 2패씩 했던 바로 그 두 팀이다. LG는 kt를 가장 늦게 만나는 팀이기도 하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까지 몸담았던 SK의 옛 팀 동료들을 가장 오래 보지 못한다. 두산-SK의 시즌 1차전은 팀간 첫 인사 중 가장 늦은 다음달 12일이다. 개막후 근 한달반이 지나서다.
↑ LG와 한화는 이번주초 ‘3일혈투’로 진을 쏙 뺐지만, 꿈속에서보다 빠를 21일 또 다시 만난다. 사진은 지난 9일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담소하던 한화 김성근 감독과 LG 양상문 감독. 사진=김재현 기자 |
“일단 두루두루 한번씩 만난 뒤 재회하는 팀이 나와야 한다”며 현행 방식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령탑들이 많다.
팀간 16차전. 어차피 먼저 자주 만나면 나중에 덜 만날 팀들이다. 그런데도 첫 달의 대진에 각팀 벤치가 유불리를 느끼는 이유는 초반의 ‘위치선정’이 중반 이후의 상대전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강해보이는 팀이 초반에 앞서 나가면, 중반 이후의 레이스에 여유가 생길 가능성은 더 커진다. 반면 약해보였던 팀이 초반에 처지면, 상대팀들의 ‘표적사냥’ 확률이 높아지면서 갈수록 힘들어진다는 게 정설이다.
▶항의는 ‘슈퍼컴퓨터’에게?
‘해마다 상위팀들에게 묘하게 초반 대진이 좋다’는 구설수가 돌지만, KBO는 늘 결백을 주장한다. 리그의 일정은 컴퓨터가 짜는 것이므로. 각 구장의 사정 때문에 일부 위치를 바꾸는 마지막 최소한의 ‘조정’에만 인력이 개입된다는 게 KBO의 설명이다.
구간별 매치업의 빈도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일정짜기 프로그램의 단위 블록이 10개팀의 ‘풀리그 한
각팀은 한 블록인 한달반 동안 최소 한번 만난다. 그러다보니 4~5팀과는 두 번 만나게 된다.
이 단위 블록을 기준으로 컴퓨터는 수많은 입력 값을 소화한다. 각팀의 이동거리, 홈원정 경기 회수, 주말주중 매치업 등이 꼼꼼하게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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