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의 ‘사이클링히터’ 에릭 테임즈(29)는 참 영리한 타자다. 정확한 자기진단과 적절한 승부전략이 두루 감탄스럽다.
애리조나 전훈 캠프지에서 그의 타격을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간결한 ‘스테이 백(stay back)’이 인상적이었다.
’스테이 백’은 스윙의 최초 구간, 정적인 준비자세인 스탠스에서 힙의 회전이 시작되기 직전까지의 스텝에 대한 지적이다. 이때 팔을 (앞으로 나오게 하지 않고) 뒤에 두어 스윙에 실릴 힘을 장전하는 것이 ‘스테이 백’이다.
대부분의 타자들은 이 ‘스테이 백’에서 살짝 배트를 쳐들게 된다. 그런데 테임즈는 팔을 전혀 들지 않고 곧바로 시작하는 스윙이었다. 스윙의 시작점에서 히팅포인트까지의 거리가 짧아지는 만큼 타이밍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궤적이었다. 특히 낮은 코스의 공을 맞혀내는 데 유리해보였다.
테임즈에게 그의 스윙에 대한 인상을 얘기했더니 곧바로 “나는 낮은 볼에 강점이 있는 타자(low-ball hitter)”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자신의 스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 빼어난 인아웃스윙 스킬을 갖고 있는 테임즈는 몸쪽 공에 상당한 강점을 보인다. 몸쪽 공에 매우 후한 한국의 스트라이크존에 거뜬하게 적응할 수 있는 "한국형 외인타자"라고 할 수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즉 그는 한국 투수들이 타자를 공략하는 가장 효과적인 코스들인 낮은 공과 몸쪽 공을 잘 쳐낼 수 있는 타자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어야 하는 게 스윙을 선택할 때의 결과다. 그의 스윙은 높은 공과 바깥 쪽 공에는 그만큼 힘을 쓰지 못할 확률이 높다.
이 점에서 눈에 띄는 것은 테임즈의 타격 테크닉 만큼이나 스마트한 승부전략이다.
그는 볼카운트가 유리한 3구째 이내의 타격과, 길어진 승부로 볼카운트에서 몰린 이후의 타격에서 영리한 변화를 보인다. 유리한 초반 승부에서는 낮은 공과 몸쪽 공, 즉 ‘자기 공’을 철저하게 노리고,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면 높은 공을 쳐낸다.
실제 길어진 승부에서 그의 타격을 보면, 그는 낮은 볼 만큼 높은 코스의 공도 충분히 때려낼 수 있는 타자다. 그러나 자신의 스윙 특성에 맞춰 확률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낮은 공 공략을 최우선하고, 볼카운트라는 전황의 변화에 따라 높은 공도 공략하도록 전략을 수정하는 것 같다.
대부분의 타자들이 3구째 이내 공을 때려냈을 때의 타율에 비해 4~6구째를 공략했을 때의 타율이 뚝 떨어진다. 어차피 안타의 확률이 낮은 ‘길어진 승부’ 구간에서는 다소 확률이 떨어지는 코스에도 대처를 결심하는 테임즈의 이런 선택은 합리적인 전략으로 여겨진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