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0구단 kt 위즈가 야구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동네북 차원을 넘어 야구계 전체의 골칫거리가 됐다. 27일 현재 3승 20패, 승률 1할3푼으로 이대로 가다간 120패를 넘는다. kt의 부진은 일정 부분 예상됐던 일이지만 정도가 심하다. 홈 구단 출현을 목 놓아 기다리던 수원 야구팬들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에 빠졌다. kt와의 경기는 홈-원정 가릴 것 없이 흥행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10구단으로 부영이 kt보다 나을 뻔 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실제 kt는 10구단 가입 조건으로 내건 공약을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 결정적 공약이었던 경기도 독립리그는 기획 단계에서 백지화됐고, 돔구장 건설은 구상조차 안하고 있다.
↑ 신생구단 kt 위즈의 경기력이 시즌 초반부터 다른 구단에 비해 크게 떨어져 위기감을 낳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하지만 황창규 회장이 들어오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황창규 회장은 지난 1년 동안 그룹 내 8000여 명의 인원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했다. 56개 계열사는 1년 만에 49개로 줄었다. 신규투자는 최대한 억제했다.
불똥은 야구단에도 튀었다. 기존 구단의 몇 배로 투자해도 모자랄 판에 생색만 내는 데 그쳤다. FA 시장에선 기존 구단인 한화보다도 투자 의지가 떨어져보였고, 다른 구단의 절반도 안 되는 몸값의 외국인 선수를 수입했다. 특히 신생구단이 성적을 내는 데는 외국인 투수 3명의 실력이 절대적이다. kt는 처음부터 기존 구단의 적수가 될 수 없는 전력으로 1군 무대에 뛰어든 셈이다.
kt 선수단의 면면을 보면 도저히 기존 구단을 이길 수 없는 구조다. 다른 구단에선 주전에도 끼지 못하던 선수들이 중심타선을 이루고 있다. 2군에서 한창 수업을 받아야 할 신인 투수가 1군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 있다.
전력이 약하면 스타급 선수라도 있어야 관중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할 수 있는데 kt엔 이 조차 없다. kt보다 2년 전 창단한 NC 다이노스가 첫 해 FA로 SK 붙박이 4번 타자 이호준을 영입한 것과 좋은 비교가 된다.
kt 야구단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건 전적으로 긴축운영을 지시한 황창규 회장의 책임이다. 그는 그룹 구조조정 차원에서 야구단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그럴 때일수록 스포츠단은 적극적인 투자가 따랐어야 한다. 들리는 얘기로는 현재 kt 직원들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다. 사내 분위기는 험악할 정도라고 한다. 이런 때 새롭게 창단한 야구단만이라도 승전보를 전해온다면 직원들에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힘이 될 것이다.
kt는 국민기업 이미지가 강하다. 총수가 없는 기업인데다 오랫동안
[매경닷컴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