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의 마스터스’ GS칼텍스 매경오픈(총상금 10억원)이 개막하는 경기도 성남 남서울 골프장은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 같은 곳이다. 한국선수에게는 한없이 자비롭지만 반대로 외국 선수에게는 ‘잔인하다’고 할 만큼 가혹하다.
지난해까지 한국 선수들은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무려 10연승을 거뒀다. 2005년 최상호를 시작으로 석종율(2006년) 김경태(2007년) 황인춘(2008년) 배상문(2009년) 김대현(2010년) 김경태(2011년) 김비오(2012년) 류현우(2013년) 박준원(2014년)까지 10년 연속 타이틀을 독식했다. 외국 선수 우승은 2004년 마크 캘커베키아(미국) 이후 나오지 않고 있다. 남서울CC에서 열린 대회로 장소를 좁히면 한국 선수 연속 우승은 15회나 된다. 외국선수들에게 남서울은 ‘무덤’과 같은 곳인 셈이다.
14일 경기도 성남 남서울 골프장(파72)에서 열릴 34회 대회에서도 최고 관심사는 한국 선수가 연승행진의 바통을 이어 받는 지 여부다. ‘남자 K골프’의 11연승 도전 뿐 아니라 올해 대회는 유난히 지켜 봐야할 관전포인트가 많다.
33년 동안 아직 한번도 나오지 않은 ‘대회 2연패’에 대한 기대는 이번 대회에서도 여전하다. 작년 챔피언은 ‘짧지만 정확한’ 박준원(29·하이트진로)이다. 박준원은 지난 해 드라이버샷 거리가 평균 271.16야드로 88위에 머물렀지만 페어웨이 안착률은 79%로 12위에 올랐다. 아이언샷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그린적중률에서도 71.15%(16위)로 좋았다. 작년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을 포함해 10위 이내에 다섯차례 든 박준원은 올해도‘고감도 샷’을 앞세워 대회 사상 첫 2연패를 노린다.
‘영원한 현역’ 최상호(60)가 최고령 컷 통과 기록을 세울 지에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2005년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최고령 우승 기록(50세 4개월 25일)을 세운 최상호가 3라운드에 진출하면 기존 최고령 컷 통과 기록(2007년 KPGA선수권 최윤수· 58세 11개월 1일)을 다시 쓸 수 있다. 국내 최다승(43승) 보유자인 최상호가 정규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2012년 GS칼텍스 매경오픈과 볼빅-힐데스하임 오픈 이후 정확히 3년만이다. 남서울 골프장 소속 선수로 코스 곳곳을 훤히 꿰뚫고 있는 최상호가 과연 한국 골프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쓰게 될 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대회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최상호의 컷 통과 여부와 함께 다른 ‘큰 형님’들이 어떤 성적을 낼 지도 관심사다.
12승(해외대회 6승 제외)을 거둔 강욱순(49), 8승의 신용진(51), 그리고 7승을 올린 박노석(48)까지 한때 한국 남자골프를 호령했던 옛 스타들이 총 출동한다.
2000년 대회 우승자 강욱순도 올해 대회에 출전해 GS칼텍스 매경오픈과의 좋은 인연을 이어가길 기대하고 있다. 2010년 대회 때 1라운드에서 공동선두에 나선 적이 있고 2012년 대회에서도 초반 선두권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강욱순은 2013년 각종 대회에서 맹활약하며 상금순위 15위에 오르는 등‘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기도 했다.
1997년 우승자 출신 신용진은 우승후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올해 남자골프 시즌 개막전으로 치러진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첫날 부진하고도 2~4라운드 뒷심으로 공동6위에 오르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전성기 시절 장타자로 이름 날렸던 신용진은 아직 샷거리면에서도 젊은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동부화재배 프로미오픈에서는 드라이버샷 거리 286.75야드로 63위를 기록했다.
비록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과는 인연이 없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7승을 거두며 간판 스타로 활약했던 박노석도 ‘큰 형님 대열’에 합류한다. 2005년 에머슨퍼시픽그룹 오픈 이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지만 2010년 매치플레이 대회인 먼싱웨어챔피언십에서 결승까지 진출하는 선전을 펼치기도 했다.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상금왕’ 공식이 다시 시작될 지도 흥미거리다. 2007년 우승자 김경태를 시작으로 2009년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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