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김원익 기자] “예전에는 좋았던 것에서 더 잘하려고 오버하는 것들이 많았다. 올해도 물론 늘 더 높은 목표를 보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딱 이정도’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올 시즌 김현수(27)가 스스로 밝힌 선전의 비결이다. ‘타격기계’ 김현수는 32경기를 치른 현재 소위 말하는 ‘사기유닛’으로 진화했다. 무결점의 완벽한 활약 중인 김현수의 질주를 빗댄 표현이다.
실제로 김현수의 성적은 정확도면 정확도, 장타력이면 장타력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다. 타율 3할5푼(4위) 6홈런 24타점의 고른 페이스를 자랑하고 있는데 장타율(0.577)과 출루율(0.432)도 매우 높다.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높은 장타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인데 타구의 질까지 좋다.
↑ 사진=천정환 기자 |
우천 취소된 15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만난 김현수는 “다른것보다 올해는 타이밍을 맞추는데 최대한 집중하고 있고, 그 점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팀이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고 앞으로 경기가 많이 남았기 때문에 계속 집중하려고 한다”고 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달라진 것은 딱 두 가지다. 기술적으로는 ‘타이밍 싸움’의 중요성을 더욱 느껴 발을 들고 타격을 하는 동작을 하지 않게 된 것이 첫 번째. 두 번째는 심리적으로 ‘단순하고 편안하게’ 만든 것이다.
김현수는 “잡생각을 많이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같은 경우에는 더 좋아지려고 욕심을 과하게 부리면서 야구를 했었다”면서 “물론 그런 실패들을 통해서 배운 것들도 많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더 잘하고 싶다’는 중압감과 지나친 스트레스가 자신을 옭아매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김현수는 “야구적으로 진짜 많이 느꼈고 배웠던 것이 지난해였다. 좋은 자세로 맞히고 있을때도 더 잘하고 싶어서 오버한다고 해야 할까. 마음도 그렇고 타석에서도 오버스윙이 자주 나왔었다”고 지난해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스스로 정체된 것이 아니냐는 고민을 더욱 많이 했던 해. 이 때문에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 꾸준히 유지했던 다리를 들고 타격을 하는 동작도 올해 완전하게 바꿨다. 김현수는 “여태까지 그렇게 꾸준히 해왔으니까 바꿔야 되는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두려움이 있었다. 성적도 중요했고 스스로도 타성이 있었다. 그래서 다리를 조절해서 안 드는 연습을 많이 했다”며 “무엇보다 투수들과의 타이밍 싸움에서 지면 안된다는 것을 지난해 절실히 많이 느꼈다”고 했다.
↑ 사진=김영구 기자 |
그래서 김현수는 “이제는 ‘그래 그게 나야. 내 야구는 여기까지야’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목표는 항상 높은 곳으로 잡고 야구를 한다. 선수가 현재에서 만족하고 유지해서는 안된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하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야구를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는 “득점권이 되면 타석에서 피가 끓어서 당장 투수의 초구부터 치겠다”는 마음이 앞섰다면 올해는 “늘 차분한 마음을 유지하려 애쓴다”는 설명이다.
올해는 김현수에게 매우 중요한 해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직전의 시즌이기 때문. 이런 시기에 비움이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김현수는 “물론 FA도 중요하다. 하지만 내가 야구를 시작해서 FA를 할지도 사실 몰랐고 나는 야구가 즐겁고 야구 능력적인 것을 더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한 사람이다. 그래서 올해는 더 단순하게 그것들(야구를 잘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스스로를 비우고 있다. 김현수는 “내가 좋아서 하는 야구인데 스트레스와 중압감이 많았다”면서 “그래서 요즘에는 경기 후에 일부러 어렵고 스트레스를 받는 스마트폰 게임을 하기도 한다. 물론 숫자를 맞추고 퍼즐을 맞추면서 머리를 쓰는 종류의 것들이지만 그러면서 ‘이것도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데 야구는 어떻겠나’라는 생각을 갖곤 한다”며 웃었다.
어렵기만한 야구지만 오히려 가득 채우는 것이 독이 됐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됐기 때문이었다.
득점권 타율을 좀 더 올려 팀에 기여하고 싶은
이제 다시 보이는 야구의 길. 김현수의 ‘진화’는 비움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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