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상암) 이상철 기자]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FC 서울-전남 드래곤즈전, 주요 관심은 박주영이었다. 부상을 털고 1달 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하지만 엉뚱한 골과 오심이 판을 뒤바꿨다.
3위와 10위의 승점 차가 3점에 불과한 중위권의 대혼전 속에 맞붙은 6위 전남(승점 14점)과 10위 서울(승점 12점)이었다. 맞대결 결과에 따라 위치가 뒤바뀔 수 있었다. 무승부보다 승리를 갈망한 두 팀이었다.
그 중심에 선 건 박주영으로 여겨졌다. 서울은 박주영을 교체 명단에 넣어 조커로 기용하려 했다. 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무릎 부상 이후 재활을 거치고 충분히 쉬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이전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경기를 뛸수록 더욱 좋아질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 16일 K리그 클래식 서울-전남전의 키워드는 ‘박주영’이었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만 해도. 하지만 전반 12분 오심에 의한 골 하나가 판을 뒤바꿨다. 사진(서울 상암)=김재현 기자 |
최용수 감독은 박주영의 투입 시기에 대해 함구했다. 하지만 후반 투입이 유력했다. 박주영은 올해 출전한 4경기 가운데 2경기를 교체로 뛰었는데, 후반 시작과 함께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이번에도 큰 차이는 없을 듯 했다.
승부처는 후반이었다. 지난 13일 FA컵 32강 승부차기 혈투를 치러 체력 부담이 큰 전남 역시 안용우, 오르샤 등을 교체카드로 아껴뒀다.
그런데 엉뚱하게 승부처는 경기 시작 12분 만에 발생했다. 서울이 얻은 코너킥 과정에서 차두리의 헤딩 패스를 골문 앞에 있던 에벨톤이 헤딩 슈팅으로 연결한 것. 볼은 크로스바를 맞고서 골라인으로 떨어졌다. 부심은 득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TV 중계의 리플레이 결과, 골라인을 통과하지 않았다. 전남은 노상래 감독을 비롯해 선수단이 강하게 항의를 했지만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축구는 야구, 배구 등과 다르게 비디오 판독 요청을 할 수 없다.
이 ‘엉뚱한’ 골이 승부를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했다. 어이없는 실점을 한 전남은 흔들렸고, 제 경기력을 펼치기 어려웠다. 쫓기는 상황에 몰린 가운데 스테보마저 집중 견제에 시달렸다. 평정심을 갖기 어려웠을 테고, 집중력 유지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두 번째 골이 터졌다. 전남은 수비 지역에서 볼 차단이 다소 길었고, 이를 다시 잡은 서울이 김치우의 크로스에 의해 추가골을 넣었다. 김동철이 고요한에 앞서 걷어내고자 다리를 뻗었으나 자책골이 됐다. 골키퍼 김병지가 몸을 날려 쳐냈지만, 이미 골라인을 통과한 뒤였다.
서울의 K리그 클래식 첫 멀티 득점. ‘이진법 축구’라는 오명을 씻었다. 다소 찝찝하게. 전반 31분 만에 0-2 스코어는 전남에게 부담이 컸다. 사흘 전 FA컵 32강에서 뒷심을 발휘해 2골차 열세를 따라잡았지만, 그때와는 다른 상황이었다. 힘이 빠졌고, 전략도 어그러졌다.
↑ 16일 K리그 클래식 서울-전남전의 키워드는 ‘박주영’이었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만 해도. 하지만 전반 12분 오심에 의한 골 하나가 판을 뒤바꿨다. 사진(서울 상암)=김재현 기자 |
박주영의 축포 속에 서울의 3-0 승. 하지만 3골 차가 날 정도로 한쪽으로 기울어질 경기가 아니었다. 오심 하나가 판을 뒤바꿨고 그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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