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메이저리그에 또 한 명의 프런트 출신 감독이 탄생했다. 이번에는 단장이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마이애미 말린스는 19일(한국시간) 신임감독으로 댄 제닝스 단장을 임명했다. 마이크 레드몬드 감독을 경질한지 하루 만이다. 프런트의 중심인 단장이 더그아웃으로 내려오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한 것.
1984년 뉴욕 양키스와 드래프트 미지명 선수로 계약한 제닝스는 2년 만에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신시내티 레즈에서 스카우트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다.
시애틀 매리너스, 탬파베이 레이스를 거쳐 2002년 선수 인사 관리 담당 부사장으로 말린스에 입사했다. 2013시즌 이후 단장에 임명됐고, 이번에는 감독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 지난해 겨울 지안카를로 스탠튼의 계약 연장을 발표하던 댄 제닝스. 이제 그는 팀의 감독이다. 사진=ⓒAFPBBNews = News1 |
그럼에도 마이애미가 이같은 과감한 선택을 내린 것에는 현재 메이저리그의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현재 메이저리그에는 감독 경험이 없더라도 프런트에서 유능함을 인정받은 이들이 감독 자리에 오르는 것이 하나의 대세가 됐다.
현직 감독 중에는 최근 밀워키 브루어스 감독으로 부임한 크레이그 카운셀을 비롯해 마이크 매시니(세인트루이스), 로빈 벤추라(화이트삭스), 브래드 오스머스(디트로이트)가 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A.J. 힌치 감독도 2009년 5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선수 육성 부문 디렉터로 일하다 감독이 됐다.
과거에도 존 볼스(플로리다, 1996년), 존 하트(클리블랜드, 1989년), 폴 오웬스(필라델피아, 1972년) 등이 감독 경험 없이 프런트에서 감독으로 승격된 사례가 있지만, 지금처럼 활발하지는 않았다.
카운셀, 매시니, 오스머스가 현역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감독 자리에 올랐다면, 제닝스는 오랜 스카우트 생활로 쌓은 경험과 현재 팀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특성이 반영됐다.
앞선 이들과는 조금 다른 경우다. 나이도 54세로 앞선 경우에 비해 훨씬 많다. 때문에 이번 감독 선임이 이번 시즌을 위한 임시 감독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말린스 구단도 제닝스 감독의 계약기간을 발표하지 않고 단장 자리를 공석으로 남겨 이같은 예상에 힘을 실어줬다.
어찌됐든, 제닝스는 남은 마이애미의 2015시즌을 짊어지게 됐다. 그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33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나는 나 자신을 ‘야구인’이라 여긴다. 평소에도 감독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어렵고, 열심히 일해야 하는 자리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이전과
마이애미는 지난 2003년 시즌 도중인 5월 제프 토보그 감독을 경질하고 잭 맥컨을 새 감독으로 임명,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한 경험이 있다. 제닝스가 그때의 역사를 다시 재현할 수 있다면, 그는 구단 역사에 길이 남는 단장이자 감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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