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동경해 하늘 높이 끝까지 날아올랐던 그리스 신화의 이카루스. 비록 이카루스는 태양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 추락했지만 기계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하늘 높이 나라오르는 것은 모든 인류의 소원이다.
푸른 하늘을 유유히 활공하는 독수리처럼 멋있게 날지는 못하지만…. 아찔한 기분과 함께 하늘 위를 걷는다면 오랜 소원을 조금이나마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아래를 내려다보면 까마득한 땅이 보이는 유리판 위를 걷는 ‘스카이워크’처럼 말이다.
해외의 빅3 스카이워크로 꼽히는 3곳과 국내 명소 3곳을 소개한다. 미국 그랜드 캐니언이나 중국에만 ‘스카이워크’가 있는 게 아니다. 한반도, 구석구석에도 숨어 있다. 세계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만한 ‘핫 플레이스’ 스카이워크 ‘빅3’명소들이다.
◆ 협곡 위를 지나다…미국 그랜드캐니언
미국 애리조나주 북부에 위치한 그랜드캐니언. 까마득한 20억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그랜드캐니언은 끊임없이 펼쳐지는 거대한 협곡이 관광객들을 압도한다.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그랜드캐니언에서도 특별한 것이 웨스트림(West Rim)에 설치된 ‘스카이워크’다.
사실 오랜 세월 그랜드캐니언에서 인기있는 곳은 웨스트림이 아닌 사우스림(South Rim)이다. 가장 교통이 편한 곳에 위치한 동시에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실제로 사우스림을 따라 설치된 전망대에서 협곡을 바라다보면 일상에서의 스트레스가 단번에 날아간다.
‘인기만점’ 사우스림을 찾던 이들의 발걸음을 웨스트림으로 돌리게 한 것이 바로 스카이워크다. 광활한 협곡을 바라보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이 사우스림의 매력이라면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스릴과 함께 쿵쾅쿵쾅 뛰는 가슴을 안고 걷는 곳이 웨스트림의 스카이워크인 것. 깎아지를 듯한 절벽 위에 말발굽 모양으로 설치된 그랜드캐니언의 스카이워크는 동시에 120명 정도가 올라설 수 있는데 투명 유리에서 1200m 아래를 내려다보면 공포와 함께 묘한 쾌감이 찾아온다.
◆ 세계에서 가장 긴 스카이워크…중국 위안두안
우주에서도 보인다는 중국 만리장성. 스케일이 남다른 중국답게 아찔한 스카이워크마저 세계 최장 규모로 만들었다.
무대는 지난 달 27일 중국 충칭시 윈양현 룽강풍경구에 개장한 세계 최장 스카이워크 ‘위안두안.’ 중국어로 ‘구름의 끝’을 뜻하는 위안두안에는 그랜드캐니언 스카이워크와 마찬가지로 말발굽 모양의 스카이워크가 절벽 끝에서 공중으로 뻗어있다.
모양은 그랜드캐니언과 비슷하지만 26.7m 길이는 그랜드캐니언보다 5m 가량 더 길다. 당당하게 ‘세계에서 가장 긴 유리 산책로’라는 타이틀을 차지한 이곳에는 동시에 2000명이 입장할 수 있다.
‘구름의 끝’이라는 의미에 걸맞게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에 관광객들은 감탄을 멈추지 못한다. 하늘을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지다보면 무릉도원을 걷는 신선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 진도 8도의 강진과 강한 태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으니 안전 걱정도 필요없다.
특히 윈양현 룽강풍경구는 ‘싼샤협곡의 샹그릴라’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풍광이 수려하다. 온몸을 엄습하는 공포를 견뎌내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 안전로프 하나에 의지해…뉴질랜드 스카이타워
그랜드캐니언 스카이워크와 위안두안의 공통점. 투명 유리로 길을 만들고 난간을 설치해 관광객들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점이다.
안전을 생각하는 것이 아찔함을 추구해야 할 스카이워크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관광객들의 심리적 안전핀 역할을 하는 난간을 아예 치워버리고 안전 로프 하나에 의지해 하늘 위를 걷는 스카이워크가 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스카이타워에 설치된 스카이워크다.
사실 오클랜드 스카이워크는 그랜드캐니언이나 위안두안보다 ‘스펙’이 초라하다. 높이도 192m 밖에 되지 않기 때문. 1000m에 육박하는 그랜드캐니언이나 위안두안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
그러나 아찔함과 짜릿함만큼은 다른 곳 못지 않다. 난간 없이 양발로만 중심을 잡고 걸어야하기 때문. 자칫 바람에 날아갈 수 있다는 공포감을 이겨낼 때 오클랜드 특유의 풍광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오클랜드 스카이타워에서 짜릿함을 더할 수 있는 한 가지 코스가 더 남아있다. 스카이워크를 마친 뒤 시작하는 ‘번지점프’다. 192m를 내려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6초. 짧은 시간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짜릿함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오클랜드 스카이타워다.
◆ 춘천 의암 새 명물 스카이워크
끝내주는 하늘길이다. 강 위, 그것도 춘천 의암호를 둘러싸고 둥글게 놓인 투명 스카이워크다. 게다가 코앞이 송암스포츠타운부터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다. 너비는 4m 남짓. 길이 10m의 직선 구간을 지나면 지름 10m의 원형 구간이 U자로 이어진다. 다시 직선구간을 돌아 나온다. 바닥과 난간은 전체가 투명 유리다. 두께 1㎝의 강화 유리 3장이 바닥에 깔려 있다는데, 느낌, 살벌하다. 하지만 걱정은 노. ㎡당 1만3000t의 하중을 견딘다.
슬쩍 아래를 내려다 보면 12m 유리 바닥 아래에 의암호가 심술궂게 입을 쩍 벌리고 있다.
▶ 춘천 스카이워크 즐기는 Tip = 자전거 길인 송암스포츠타운~수상전망대 구간. 입장료는 공짜.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 해발 600m 절벽의 병방치 스카이워크
이번엔 한술 더 뜬다. 오죽하면 애칭이 ‘한국판 그랜드 캐니언’일까. 포인트는 강원도 병방치 전망대의 스카이워크. 발 아래로 한반도 모양의 마을이 보인다.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기록의 하늘길이다. 우선 둥지를 튼 곳부터가 기록이다. 강원도 정선읍 북실리 병방산(해발 861m) 하고도 전망대. 덩치만 작았지 정말 미국 그랜드캐니언 스카이워크 못지않다. 게다가 발 아래에 믿기지 않게 펼쳐진 한반도 토끼 형상의 지형까지 신기함을 더한다.
스카이워크가 놓인 곳은 해발 583m. 그 깎아지른 절벽 위로 조심조심 걸어가면 길이 11m에, 폭 2m의 U자형 철 구조물이 놓여 있다. 까마득한 벼랑 끝에 U자형으로 돌출된 투명 발판. 4겹의 강화유리가 1만t 이상의 무게를 견딘다.
즐기는 법은 간단하다. 일단 스크래치 방지를 위해 덧신을 신는다. 그냥 허공으로 달려가면 빡, 끝. 투명한 발판을 딛고 해발 583m 허공에 가만히 서 보면 안다. 초속 50m 강풍에 견딘다는, 130명이 한꺼번에 올라도 끄떡없다는, 이 말들이 두 귀로 그저 흘러나갈 뿐이라는 걸.
▶ 병방치 스카이워크 즐기는 Tip = 하늘 길 걸어도 별 감흥(?)이 없는 강철 심장족이라면 스카이워크 건너편으로 가면 된다. 명불허전 기록의 짚 와이어가 있다. 1.1㎞짜리 쇠줄을 타고, 시속 70~80㎞ 속도로 표고차 325.5m를 내리꽂아 동강생태학습장까지 가는 코스다.
◆ 바다 위 스카이워크 오륙도
부산에서 가장 ‘핫(Hot)’한 곳 오륙도 스카이워크다. 해파랑길, 갈맷길의 백미로 꼽히는 ‘이기대(二妓臺)’ 구간과도 겹친다. 이곳 명물이 오륙도 스카이워크다. 해수면 절벽 끝, 37m 높이의 송두말 절벽. 그 끝을 따라 수평으로 삐쭉 세워진 투명 유리 전망대다.
바다 쪽으로 뻗은 길이는 9m 정도. 살금살금 걷다가 U자로 돌아오는 코스다. 역시 투명 유리 발판의 상처 방지를 위해 덧신을 신고 걸어야 한다. 더 매력적인 건 공짜라는
▶ 오륙도 스카이워크 즐기는 Tip = 스카이워크와 데칼코마니처럼 쌍을 이루는 수변길이다. 가신 김에 오륙도에서 이기대로 넘어가는 갈맷길 4.8㎞짜리 트레킹 코스를 꼭 걸어보실 것.
[신익수 여행·레저 전문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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