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포항) 김원익 기자] “아버지가 요즘 눈물이 많아 지셨다. 예전보다 더 연락도 많이 온다. 어렸을 때는 정말 엄하게 컸다고 생각한다. 칭찬도 많이 받지 못했다. 그때의 엄한 교육들이 지금의 나에게는 약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대기록의 순간 ‘국민타자’ 이승엽(39)은 한 아버지의 아들이었고, 동시에 두 아들의 아버지였다.
이승엽은 3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정규시즌 경기 3회 말 2사 주자없는 상황 롯데 구승민의 2구를 공략해 우월 솔로 홈런을 날렸다. KBO 최초의 개인 통산 400호 홈런이라는 대기록이었다.
↑ 이승엽의 400호 홈런 순간, 부친 이춘광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그렇다면 이승엽은 대기록의 순간 누구를 떠올렸을까. 경기 종료 후 만난 이승엽은 “뭉클했다. 생각보다 더 그랬다. 56홈런을 쳤을때도 그랬고, 그저 덤덤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뭔가 올라오더라. 홈런을 치고나서는 눈물을 흘린적은 없는데 그전에 홈런 치고 그 이후에 1번 눈물이 났던 적이 있는데 1999년에 아버지가 경기장에 오셨을 때였다. 돌면서 ‘드디어 해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홈런 소감을 전했다.
전광판에 비친 아버지의 모습은 보지 못했다. 홈런 직후에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건 없었다. 특별히 누구를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들어오니까 특별한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다른 홈런보다 확실히 내겐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눈물 흘리는 아버지의 모습은 이승엽에게 낯설다. 한없이 강하고 자신을 엄격하게 훈육하셨던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대기록의 순간, 이승엽은 그 공으로 아버지를 다시 떠올렸다.
이승엽은 “아버지가 최근에 눈물이 많아지셨다. 예전보다 문자도 많이 오고 경기 내용에 대해서 피드백도 많이 해주신다”면서 “어렸을때는 못받아봤던 칭찬도 많이 해주신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승엽은 “정말 그렇게 엄하게 컸다. 칭찬도 많이 받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엄한 교육들이 지금의 제게는 약이 되어주지 않았나 싶다”면서 “홈구장에서 제가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고 했다.
늘 겸손한 자세, 야구에 대한 끊임 없는 열정과 노력, 자만심이 아닌 자부심을 강조하는 철저한 이승엽의 프로의 덕목이 바로 아버지 이춘광씨의 훈육으로 나왔다는 설명이다.
↑ 아내 이송정씨와 두 아들은 이승엽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사진=김영구 기자 |
이승엽은 “다행히 가족들이 왔을 때 기록을 달성해서 다행이다. 사실 대구로 다같이 내려온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리고 와이프도 힘들게 뒷바라지를 하면서 대구 생활에도 적응해줬다. 앞으로도 선수생활 끝나는 날까지 나를 잘 도와줬으면, 그렇게 함께 했으면 한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두 아들이 지켜보는 순간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됐다. 과거 이승엽이 수많은 기록을 달성했을 때 보다 이승엽을 응원하는 가족들이 더 늘었다.
이승엽은 “안그래도 전화가 와서 빨리 400홈런을 치라고 이야기를 해주더라. 이제 그만큼 야구에 대해서 아들들이 야구에 대해 이해하는 나이가 됐다”면서 “큰아들이 야구를 좋아해서 리틀야구를 한다. 대구에 오게 돼서 하고 있는데 시작한지는 얼마 안됐다. 야구는 협동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스포츠기
혹시 ‘리틀 이승엽’을 기대해도 좋을까. 이승엽은 “프로야구 선수가 되라고 얘기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며 “행복하게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로 지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느새 아들의 이야기를 하는 이승엽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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