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점수를 많이 못 뽑아 그렇지, 잘 쳤다.” 4일 잠실 경기를 앞두고 김태형 두산 감독은 18일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평균자책점 1.67의 무적투수를 상대해야 하나 부담스럽진 않아 했다.
난타를 경험했기 때문. 지난 5월 17일 광주 경기에서 양현종을 상대로 7안타를 쳤다. 홈런도 2개(양의지, 오재원)나 때렸다. 양현종의 시즌 1경기 최다 피홈런. 지난 4월 9일 광주 NC전(10피안타 .370) 이후 가장 높은 피안타율(.318)이었다. 지난해 잠실 마운드에 뜬 양현종에게 3패를 안기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보다 현재가 중요했다. 지난 5월 17일 두산전서 오재원에게 홈런을 맞은 뒤 16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내달리던 양현종이었다.
↑ KIA의 양현종이 4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양현종의 공은 여전히 ‘언터처블’이었다. 장소와 상대는 중요하지 않았다 누구든지 어디서든 그의 공은 위력적이었다. 안정된 투구 밸런스 속에 제구는 기가 막혔고, 완급조절은 뛰어났다.
전날 12안타 4사사구로 8점을 뽑았던 두산 타선은 양현종 앞에서 한 없이 작아졌다. 타순이 돌고 돌며 눈에 익힌다 해도 ‘난공불락’이었다. 타석 횟수와 공략 가능성은 전혀 비례하지 않았다. 타순이 한 바퀴 도는 동안 1안타. 다시 한 바퀴를 돌아도 다를 게 없었다. 1볼넷으로 안타도 없었다. 마지막 한 바퀴마저 1볼넷 뿐이었다.
위기란 게 없었다. 2회 선두타자 홍성흔에게 안타를 맞고서 2루 도루까지 허용했으나 후속타자는 아웃-아웃-아웃이었다. 6회에도 1사 1루에서 민병헌을 유격수 직선타로 유도해 병살로 연결했다. 노히트노런급의 환상적인 투구였다.
투구수 관리는 ‘퍼펙트’였다. 제구 불안에 따른 볼 남발은 없었다. 총 106개 가운데 볼은 37개 밖에 안 됐다. 매 이닝 10개 초반 이하의 투구를 했다. 5회의 17개가 가장 많은 투구수였다. 막바지로 갈수록 11개(6회)-9개(7회)-9개(8회)로 오히려 점점 더욱 줄었다. 마지막 이닝인 9회의 투구수도 14개였다.
↑ KIA의 양현종(오른쪽)은 4일 잠실 두산전에서 9이닝 1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생애 두 번째 완봉승을 거뒀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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