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표 값이 아깝지 않은 명품 투수전이었다. 그러나 경기의 진짜 승부는 선발이 아닌 뒷문 싸움이었다. 롯데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 그리고 KIA가 끝까지 안심할 수 없었던 이유다.
올해 롯데와 KIA가 만날 때마다 흥미진진한 승부가 펼쳐졌다. 리드를 해도 안심할 수 없었다. 추격전 양상이었다. 6일 사직구장에서 펼쳐진 7번째 대결 역시 불펜 공략이 포인트였다.
18일 만에 다시 맞붙은 브룩스 레일리(롯데)와 조쉬 스틴슨(KIA)의 선발 싸움은 팽팽했다. 홈런 1개씩을 맞았으나 ‘엄청난’ 구위의 공을 던지면서 상대 타선을 얼렸다. 100개가 넘는 공을 던졌으나 위력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공략 불가였다.
서로 속으로 생각은 비슷했을 터. ‘선발투수만 내려가 봐라.’ 먼저 선발투수를 마운드에서 내린 건 KIA. 스틴슨의 투구수가 109개가 되자, 심동섭을 올렸다. 심동섭은 공 1개로 대타 임재철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임무를 완수했다.
↑ 윤석민은 6일 사직 롯데전에서 8회 구원 등판해 2이닝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으며 KIA의 2-1 승리를 지켰다. 사진=MK스포츠 DB |
2-1로 앞선 KIA는 승부수를 꺼냈다. 윤석민의 조기 투입. 8회 시작과 함께 윤석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회심의 카드였다. 윤석민은 지난 5월 1이닝 이하 투구만 했다. 정규이닝 기준 2이닝을 맡긴 건 시즌 처음이었다.
힘은 비축했다. 5월 31일 광주 마산전 이후 첫 등판이었다. 윤석민의 공은 위력적이었다. 4타자 연속 탈삼진을 잡으며 아웃카운트를 늘려갔다.
2사 이후 최준석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찝찝했다. 타석에는 3경기 연속 홈런을 때렸던 홈런 2위(18위) 강민호. 홈런 한방이면 기막힌 역전 드라마였다. 하지만 강민호는 윤석민의 초구를 쳤으나 외야 펜스를 넘기지 못하고 유격수 글러브를 향해 데굴데굴 굴러갔다.
롯데만 만나면 되풀이되던 불펜 방화 악몽 끝. 윤석민은 시즌 10세이브로 2006년(19세이브) 이후 9년 만에 두 자릿수 세이브를 올렸다. 그리고 KIA는 27승 27패로 승률 5할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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