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오사카) 서민교 기자] 지난 7일 늦은 밤 10시10분 일본 오카야마역 신칸센(일본 고속철도) 플랫폼. 적막이 흐르며 한산했던 이곳이 한 순간 시끌시끌해졌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플랫폼으로 오르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남자가 나타나자 그의 주변에 수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다녔다.
그들의 양 손에는 야구공과 종이, 펜이 들려있었고, 또 다른 이들의 손에는 카메라가 장착돼 있었다. 이 남자를 따라 수십 명의 팬들이 함께 이동했다. 단, 바로 그 분(?)의 몸에 손을 갖다 대거나 무리하게 사인을 위해 들이미는 경우는 없었다. 마치 그의 몸 주변에 보호막이 처져 있는 것처럼.
↑ 오승환이 7일 일본 오카야마현 구라시키 머스캣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와 한신 타이거즈의 경기가 끝나고 오사카로 향하는 신칸센을 기다릴 때 팬들이 몰려들어 사인을 요청하고 있다. 사진(日 오카야마)=천정환 기자 |
↑ 열성적인 일본 팬들을 뒤로 하고 오사카행 신칸센을 탑승하기 위해 구름인파를 빠져나가고 있는 오승환. 사진(日 오카야마)=천정환 기자 |
일본에서 실감할 수 있는 오승환(33·한신 타이거즈)의 인기였다. 일본 야구팬들의 못 말리는 팬심은 오승환이 신칸센 5번 칸에 탑승하기 직전까지 그렇게 이어졌다.
이날 한신은 오카야마현의 구라시키 머스캣 스타디움에서 주니치 드래건스와 경기를 마친 뒤였다. 한신이 0-3으로 져 오승환의 등판 기회는 없었지만, 오승환을 기다리는 일본 팬들은 플랫폼까지 등판한 것.
오승환은 일본에서 이동하는 주 교통수단이 신칸센이다. 오승환의 스케줄을 귀신같이 알고 있는 일본 팬들은 다음날(8일) 고시엔구장에서 열리는 주니치전을 위해 신오사카역으로 이동하는 오승환을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충분히 당황스럽고 난감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오승환은 꽤 익숙해 보였다. 태연하게 미소를 머금은 표정을 지으며 대응했다. 플랫폼 앞에 서서 ‘돌부처’ 표정을 짓다가도 팬들을 향해 가벼운 미소로 응대를 하기도 했다.
오승환은 “일본에서는 신칸센으로 거의 이동을 하다 보니 자주 있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일본 팬들이 플랫폼까지 오승환을 따라서 올라오기 위해선 표를 사서 내고 들어와야 한다. 오승환을 보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지갑을 연 열성적인 일본 팬들이었다.
하지만 오승환은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에 가까웠다. 오직 오승환만 바라보는 팬들의 사인공세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이날도 단 한 번의 사인을 허락하지 않았다.
미안해도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자칫 위험해질 수도 있는 혼란을 막기 위해서였다. 오승환은 “사실 사인을 해주고 싶지만, 한 명에게 사인을 하게 되면 여기 있는 팬들 모두에게 해줘야 한다. 그런데 시간이 촉박해 그렇게 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오승환은 “부담스럽거나 그렇진 않다”고 웃어 보였다.
오승환은 신칸센 도착 직전에 플랫폼에 오른다. 팬들에게 둘러싸여
일본 프로야구 진출 2년차인 오승환은 어느새 일본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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