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목동) 이상철 기자] 프로 첫 선발 등판, 데뷔보다 더 살 떨렸을 것이다. 하지만 소년티 가득한 앳된 얼굴의 박정수(19·KIA)는 씩씩하게 공을 던졌다.
지난 3일 kt전에서 가장 긴 투구를 했다. 6이닝 동안 6피안타 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4실점(2자책)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프로 데뷔 무대였던 지난 6월 3일 잠실 두산전(2이닝 1이닝)보다 한결 나았다.
그 기대 이상의 호투로 첫 선발 기회를 얻었다. KIA가 최근 선발 로테이션 고민에 빠졌다고 하나 신인을 과감하게 내세울 건 그만큼 박정수의 첫 인상이 강렬했다는 것이다. 김기태 감독은 “kt전 호투가 반영된 선발 투입”이라며 “하던대로 자신있게 던져라”라고 말했다.
↑ KIA의 박정수가 8일 목동 넥센전에 데뷔 첫 선발 등판해 역투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사진(서울 목동)=김재현 기자 |
그의 공격적인 투구는 통했다. 넥센 타자들은 경기 초반 박정수의 변화무쌍한 공을 제대로 치지 못했다. 삼진 퍼레이드였다. 그의 우상인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연상케 할 정도로 위압적이었다.
넥센 타선이 ‘낯설고 생소한’ 투수에 약한 건 하루 이틀이 아니다. 염경엽 감독도 우려를 했다. 분석 자료가 부족한 데다 맞붙은 경험도 없었다. 그러면서 타순이 한 바퀴를 돌 4회 이후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한 바퀴째는 박정수의 압승. 9타자를 상대로 탈삼진 5개를 잡았다. 그러나 두 바퀴째부터 이상 조짐이 보였다. 넥센 타자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3회 고종욱의 큰 타구를 좌익수 김다원이 놓친 건 불길함을 암시한 것일까.
승부처인 4회, 눈에 익었는지 넥센 타자들은 박정수의 공을 치기 시작했다. 타구도 외야 멀리 날아갔다. 여기에 박정수는 수비 도움도 받지 못했다. 신인은 순간 흔들렸다. 폭투로 허탈하게 첫 실점을 한 뒤 희생타로 역전까지 허용했다.
하지만 상대할수록 자신감이 붙은 건 타자뿐 아니라 투수도 마찬가지였다. 박정수는 패기가 넘쳤다. 2점을 내줬으나 주눅 들지 않았다. 그의 씩씩한 투구는 5회에도 계속됐다. 두 바퀴를 넘어 세 바퀴째가 됐으나 넥센 타선은 박정수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5이닝 5피안타 2볼넷 7탈삼진 2실점. 특히,
“5회까지만 막아줘도 좋겠다”던 김기태 감독도 흡족케 한 역투였다. 한 계단씩 오를수록 더욱 씩씩해지고 있다. KIA의 미래를 던지는 박정수, 또 한 번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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