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아르헨티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28·FC 바르셀로나)는 ‘2015 코파 아메리카’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으나 수상을 거절했다. 이는 ‘코파 아메리카’와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통틀어 10번째 ‘우승 실패 MVP(이하 골키퍼 제외)’를 사양한 것이다.
월드컵이 MVP에 해당하는 골든볼 제도를 도입한 것은 1982년 스페인대회부터다. ‘코파 아메리카’는 전신 ‘남미선수권대회’에서 개칭된 1975년 이후 MVP를 뽑았다. ‘2015 코파 아메리카’를 앞두고 우승하지 못한 월드컵 골든볼 수상자는 5명, 코파 아메리카 MVP는 4명이었다.
골든볼이 속한 국가의 월드컵 최저순위는 4위, 코파 아메리카 MVP 대표팀의 가장 낮은 순위는 3위다. 그러나 결승 진출이 좌절된 상황에서 골든볼·MVP 선정은 ‘준우승 MVP’와 달리 거부감보다는 순수하게 개인 최고의 영광이라 받아들일 여지가 훨씬 많다.
1990 이탈리아월드컵 살바토레 스킬라치(50·이탈리아)는 골든볼뿐 아니라 골든슈(득점왕)까지 석권하여 더 돋보인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골든볼 디에고 포를란(36·우루과이)도 득점 공동 1위에 올랐다. ‘2001 코파 아메리카’의 아마도 게바라(39·온두라스)는 남미축구연맹(CONMEBOL) 회원국이 아닌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에서 초청됐음에도 조국의 3위를 주도한 공을 인정받아 MVP를 수상하는 특별한 영예를 누렸다. 게바라는 아직도 현역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동하고 있다.
↑ 메시가 ‘2015 코파 아메리카’ 은메달 수상 후 아르헨티나 주장으로 대표팀을 인솔하면서 시상대를 퇴장하고 있다. 앞줄 트로피는 대회 우승컵. 사진(칠레 산티아고)=AFPBBNews=News1 |
↑ 월드컵과 ‘코파 아메리카’ 역대 준우승 골든볼·MVP 사례 (골키퍼 제외) |
↑ 호나우두가 1999년 2월 1일 FIFA 연간시상식에서 프랑스월드컵 골든볼을 들고 촬영에 응하고 있다. 오른쪽은 실버볼 다보르 슈케르, 왼쪽은 브론즈볼 릴리앙 튀람. 사진(스페인 바르셀로나)=AFPBBNews=News1 |
↑ 지단(가운데 오른쪽)이 ‘2006 FIFA 갈라’에서 독일월드컵 골든볼을 쥐고 호나우두(가운데 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호나우두는 독일월드컵 브론즈슈를 들고 있다. 사진(스위스 취리히)=AFPBBNews=News1 |
‘3·4위 MVP’와 달리 ‘준우승 MVP’는 결승전 패배의 충격 때문에 개인수상을 온전하기 기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월드컵에서는 3차례, 2015년 칠레대회 메시를 포함하면 ‘코파 아메리카’에서는 4번 이러한 사례가 있었다.
당대 최고를 다퉜던 호나우두(39·브라질)와 지네딘 지단(43·프랑스)은 각각 1998 프랑스월드컵과 2006 독일월드컵에서 ‘준우승 골든볼’로 선정됐다. 은퇴 후 호나우두는 2014 브라질월드컵 조직위원장을 역임했고 지단은 레알 마드리드 카스티야 감독으로 재직하고 있다. ‘카스티야’는 성인 2군을 말한다. 현재까지 월드컵 마지막 ‘준우승 골든볼’이 바로 브라질월드컵 메시다.
‘2015 코파 아메리카’에서 개최국 칠레가 아르헨티나를 꺾고 대회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그러나 1979년에는 파라과이에 우승을 내주고 카를로스 카스셀리(65·칠레)가 ‘준우승 MVP’를 수상한 아픈 기억도 있었다. 루벤 소사(49·우루과이)도 1989년 개최국 브라질의 우승을 막지 못했음에도 MVP로 선정됐다.
메시가 만약 거절하지 않았다면 월드컵·코파 아메리카 첫 ‘우승 실패 MVP’ 2회 수상자였다. 브라질월드컵이 끝난 지 겨우 1년 만에 연거푸 아르헨티나의 우승이 수포로 돌아간 아픔은 실로 대단했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아무도 사양하지 않았던 MVP의 영예를 마다한 것은 어떻게 봐도 부정적인 선례가 맞다. CONMEBOL은 메시가 받지 않은 ‘2015 코파 아메리카’ MVP를 아예 공석으로 만들어버렸다. 유럽과 함께 세계축구 양축을 형성하는 남미 최강국가를 가리는 대회의 체면이 잔뜩 구겨진 것이다.
메시 이전 현역 일인자였던 호나우두와 지단은 ‘월드컵 준우승 골든볼’을 거절하지 않았다. 겨울에 열리는 FIFA 연간시상식에서 월드컵 골든볼과 함께 밝은 표정으로 촬영도 흔쾌히 응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 직후에는 정 상패를 받을 기분이 아니었다면 CONMEBOL의 2015년 결산행사에서라도 받겠다는 뜻을 전하고 MVP 선정 자체는 수용하는 것이 어땠을까? 자타공인이시대 최고인 메시가 좋지 못한 일로 축구역사에 오래 거론될 것이 안타깝다.
[dogma0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