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중앙 미드필더 기용보장’을 이유로 맨체스터 시티를 떠나 리버풀 FC와 자유계약을 체결을 제임스 밀너(29·잉글랜드)의 선택은 과연 성공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을까.
맨체스터 시티는 2010년 8월 17일 이적료 2200만 유로(276억318만 원)에 밀너를 영입했다. 203경기 19골 45도움. 경기당 60.6분을 소화하면서 90분당 공격포인트 0.47을 기록했다
밀너는 맨시티에서 측면/중앙 및 수비형/공격형 미드필더에 그치지 않고 심지어 오른쪽 수비수와 중앙 공격수로도 기용됐다. 맨시티 나아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대표하는 멀티 플레이어로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밀너는 이처럼 경기상황이나 전술적인 요구에 따라 다양한 위치와 역할을 소화하는 것도 싫진 않지만 고정된 임무를 꾸준히 수행하는 것을 더 선호했다. 훌륭한 ‘멀티 플레이어’가 되려면 빼어난 경기 이해와 기민한 판단,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왕성한 체력이 필수적이다. 어느덧 30대가 목전인 밀너는 신체적인 부담을 무시할 수 없는 나이다.
‘중앙 미드필더 출전 보장’이라는 리버풀의 제안은 밀너가 맨시티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1780일(만 4년10개월14일) 동안 맨시티에 몸담으면서 중앙 미드필더 기록은 24경기 3골 4도움에 불과한 경험 부족이 가장 큰 변수다. 맨시티 출전경기 중에서 중앙 미드필더 비율이 11.8%(24/203)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 밀너(7번)가 맨시티 소속으로 셰필드 웬즈데이와의 2014-15 FA컵 3라운드 홈경기 선제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잉글랜드 맨체스터)=AFPBBNew=News1 |
과연 ‘중앙 미드필더’가 밀너의 최적인지도 의문이다. 다양한 역할이 가능하지만 그래도 고르자면 오른쪽 미드필더가 1번째이고 그다음을 중앙 미드필더와 왼쪽 미드필더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밀너는 맨시티 외에도 뉴캐슬 유나이티드(134경기 11골 12도움)와 애스턴 빌라(122경기 20골 25도움)에서도 뛰었다. 빌라 소속으로 2009-10시즌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 선정 ‘올해의 젊은 선수’ 및 ‘EPL 올해의 팀’에 포함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당시에도 밀너는 오른쪽/중앙 미드필더였지 중앙 미드필더로만 뛰거나 출전비중이 압도적이지 않았다.
현재 리버풀 선수단 구성도 밀너의 ‘중앙 미드필더 보장’이 유익하지 않을 수 있다. 2014-15시즌 부주장 조던 헨더슨(25·잉글랜드)과 32경기 1골 1도움의 조 앨런(25·웨일스)이라는 중앙 미드필더 전문자원이 이미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 루카스 레이바(28·브라질)도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될 수 있다. 2014-15시즌 수비수로 주로 뛴 엠레 잔(21·독일)도 수비형/중앙 미드필더가 가능하다. 밀너까지 리버풀에는 중앙 미드필더 가용자원만 5명이다.
반면 본인의 생각과 달리 밀너의 대표적인 장점으로 여겨지는 ‘공수 균형이 좋은 측면 미드필더’라는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팀이 바로 리버풀이다. 현재 리버풀은 공격 지향적인 날개 자원이 그것도 오른쪽에 편중된 경향이 짙다. 이 중에서 완성도가 가장 높은 라힘 스털링(21·잉글랜드)은 맨시티 이적을 노골적으로 원하며 2015-16시즌 준비를 거부하고 있다.
지금 리버풀에서 밀너처럼 공격·수비 모두 평균 이상인 미드필더는 왼쪽/오른쪽 다 없다. 헨더슨이 오른쪽 미드필더가 가능하나 중앙 미드필더보다는 떨어진다. 스페인 왼쪽 수비수 듀오 알베르토 모레노(23)와 호세 엔리케(29)의 왼쪽 미드필더 소화도 마찬가지다.
물론 밀너가 중앙 미드필더로 성공을 자신할만한 근거가 없지는 않다. 맨시티에서 많지 않은 기회였음에도 경기당 61.3분으로 클럽 통산보다 더
측면 미드필더로 뛰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는 현실과 밀너의 ‘중앙 미드필더’ 욕심이 2015-16시즌 리버풀에서 어떤 성적으로 도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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